매일신문

태풍-한반도 올해는 무사할까

태풍은 연평균 28개 정도가 발생해 매년 3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1904년 이래 2001년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302회의 태풍 중 9월에 발생한 태풍은 77회로 전체의 25.5%에 달한다.

〈표1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 수' 참조〉다행히 올들어 아직 태풍피해 소식은 없다.

하지만 작년엔 59년 태풍 '사라' 이후 최대라는 '루사'로 인해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루사, 사라 둘다 9월에 왔다.

태풍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서 수천㎞나 떨어진 우리나라까지 피해를 입힐까. 태풍에 대한 정확한 진로예측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와 있을까. 태풍은 아직까지 현재의 과학으로도 막을 수 없는 자연현상일까.

▶태풍의 발생=지구상의 지역에 따라 태양으로부터 받는 열량의 차이로 공기의 밀도가 같을 수는 없다.

이런 공기 밀도의 차이로 고기압인 지역과 저기압인 지역이 나타난다.

저기압 내에서는 주위보다 기압이 낮으므로 사방으로부터 바람이 불어들어 온다.

이 바람은 중심 부근에서 상승하여 수㎞ 상층으로 올라간 후 밖으로 불어나간다.

여기에 지구자전에 의해 회전하는 힘이 가해지면서 공기의 소용돌이가 생기게 된다.

〈그림1 '저기압과 고기압'참조〉태풍의 에너지원은 온도가 높아진 해수면으로부터 증발한 수증기. 공기의 소용돌이로 이 수증기를 품은 공기가 안쪽으로 쏠리면서 상승하면 기온차이로 뭉치게 되고, 이 구름대가 발달해 태풍이 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열대성저기압인 태풍은 대개 필리핀 동쪽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다.

1904년부터 2001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91%가 7~9월에 집중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8월이 가장 높다.

▶태풍의 이동=태풍을 움직이게 하는 원인과 구조는 매우 복잡해 진로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여름철에 발생하는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을 오른쪽에 두고 그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북서쪽으로 이동한다.

이 태풍이 편서풍 지역에 도달하면 진행방향을 북동쪽으로 바꿔 포물선 모양의 궤적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진행방향 오른쪽(위험반원)의 바람은 강해지고 왼쪽은 약해진다.

오른쪽 반원에서는 바람방향과 태풍의 이동방향이 서로 비슷해 풍속이 커지고 피해도 더 크다.

반면 왼쪽 반원에서는 그 방향이 서로 반대가 되어 상쇄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풍속이 약화된다.

〈그림2 '태풍의 위험반원'참조〉

북상하는 태풍은 해수면온도가 낮아지면서 세력이 약해진다.

육지에 상륙하면서는 수증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데다 지면과의 마찰 등 영향으로 급격하게 약화돼 태풍으로서의 일생을 끝내게 된다.

▶태풍의 힘=태풍이 접근하면 폭풍과 많은 비로 막대한 피해가 생긴다.

보통 태풍의 위력은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만배나 더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표2 '태풍과 다른 현상과의 에너지 비교'참조〉태풍의 강도는 중심기압보다 중심최대풍속에 달려있지만 태풍에 앞선 비구름대의 영향으로 폭우로 피해를 보기도 한다.

지난해의 태풍 '루사'도 영남과 강원도 지역에 큰 비피해를 입혔다.

태풍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로예측이 필요하다.

태풍의 진로는 위성 등 첨단장비를 이용해 추적하고 여러 개의 태풍 수치 모형 결과를 분석하여 예측한다.

지금까지 기상 분석에 필요한 구름 위성사진이나 태풍진로 예측용 자료 등은 일본 위성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2008년 독자적인 기상예보용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지상 3만6천㎞의 정지궤도에서 지구를 도는 이 위성은 평상시 30분 간격으로, 태풍 등 악천후엔 수분 간격으로 구름 사진 등을 전송해준다.

올해 6월 남제주군 마라도 서남쪽 81해리(149㎞) 해역에 위치한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완공은 좀더 정확한 태풍정보를 보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도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40%가 통과하는 길목. 태풍은 이곳을 지나 5시간 뒤 제주도에 상륙한다.

기지에서 측정된 태풍의 진로와 강도에 관한 정보는 즉각 육지로 제공돼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태풍엔 이런 기능도 있다=폭우와 폭풍을 몰고 오는 태풍은 늘 해롭기만 한 기상현상일까. 늘 그렇지만은 아닌게 태풍이다.

태풍은 중요한 수자원의 공급원으로 가뭄을 해결하고 바닷물을 뒤섞어 순환시킴으로써 유해성 적조의 밀도를 낮추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동반한다.

1994년 8월에 상륙한 태풍 '더그'는 그해 유난히 더운 여름, 극심한 가뭄을 해갈시켜 효자태풍으로 불리기도 했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도움말=윤석환 기상청 기상홍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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