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회담의 1차 회의가 폐막되었다.
그러나 6자 회담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의 전망은 오히려 불투명하다.
1차 회담 후 상당히 비관적 견해가 지배하고 있다.
1차 회담이 의도한 공동 성명 뿐만 아니라 다음 회의에 대한 합의도 없이 끝났고 북한은 대변인 성명으로 6자 회담의 무용론까지 제기하였다.
6자 회담의 전도를 판단하기 위하여 그 성공요인과 실패 요인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이라크전 이후 미 행정부 방향 선회이다.
지난해 10월 북한 핵 위기가 재발한 후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미국의 여론은 여러번에 걸쳐 국제 합의를 위반한 북한과 또 다시 약속을 한들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미국은 가능만 하다면 북한과 같은 정권은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었고, 그래서 정권 교체(Regime Change)가 공표되지 않는 미 행정부의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대북 정책은 오히려 이라크에 대한 압도적 승전 이후에 선회하는 계기를 맞았다.
이라크의 전후 상황이 예상외로 우려할 상태로 후퇴함에 따라 미국은 앞으로 더 악화될 수 있는 이라크 사태에 추가하여 한반도에 또 다른 비상전선이 열려진다면 이것은 2004년 미국 대선의 해에 행정부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큰 모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렇게 이라크 사태의 덕을 본 것이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은 중국의 역할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미국 정책의 의미를 읽고 국가적 위신을 걸고 중재에 나섰다.
한 편으로는 동북아 지역의 핵무기 확산을 막고 다른 쪽으로는 북한의 몰락으로 수백만의 북한 피난민이 중국으로 탈출하는 위험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중국 정부는 손발을 걷고 나온 것이다.
북한의 에너지와 식량을 공급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은 재론을 요구하지 않는다.
세 번째의 성공 요인은 역설 같지만 북한의 경제가 대단히 나쁘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현 경제 상태로 장기간 버틸 수가 없다.
북한은 되도록 빨리 현위기를 종결하고 중유라도 받으면서 일본과의 수교로 새로운 경제 지원 소스를 찾기 위하여 이번 회담을 성공시켜야 한다.
네 번째의 성공 요인은 한·중·일·러 주변 4개국이, 북한이 핵 포기를 하는 경우 공동으로 북한에게 안보적 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할 차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성공 요인만을 볼 때 회담은 구조적으로 성공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요인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부정적 요인으로 북한의 비이성적 회담운영과 대통령 선거 해에 있을 수 있는 미국내 여론의 향배를 들 수 있다.
북한은 체제상 1996년 핵 위기시와 같이 김정일의 외교 역량을 보이기 위하여 새로운 벼랑 외교를 수행할 가능성이 많으며 그것을 미국 여론이 받아주지 않을 때 비이성적 강수를 둘 수 있다.
외교적 모멘텀이 있을 때 당사자가 과감히 한발자국씩 양보를 해야 외교는 성공한다.
필자가 볼 때 미국은 중요한 양보를 하고 있다고 본다.
그것은 미국 행정부가 지금까지 주장했던 일괄타결 외교 원칙을 포기하고 개별타결의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와 미사일 그리고 재래식 무기를 묶어서 일괄 처리 하겠다는 재래 입장은 합의를 어렵게 하고 북한을 코너에 몰고 가는 정책으로 미국이 이것을 포기한 것은 상당한 진전이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북한이 오히려 핵무기 보유 선언, 핵실험 감행, 미사일 발사 등을 회담 압력으로 사용하고 있어 회담을 좌초시킬 수 있다고 본다.
회담이 타결의 길에 들어서더라도 합의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04년 11월에 가까워야 가능한 것이 미국의 국내 정치적 측면이다.
이 때까지 북한이 인내를 발휘할 수 있는가가 문제다.
북한은 대단히 조급하다.
그래서 불필요한 강수를 둘 수 있는 것이다.
만약에 북한이 사태를 오도하여 북핵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되는 위기 상황을 가정한다면 그러한 위기하에서 미국의 여론은 강력한 행정부를 지지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러한 사태를 방지할 북한의 지혜가 필자로서는 6자회담 성공의 열쇠가 아닌가 생각된다.
유종하(서강대 교수·전 외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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