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대구U대회 유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구U대회가 11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개막을 며칠 앞두고 북한의 갑작스러운 불참선언으로 긴장을 불러왔다.

또한 대회기간 중 남측 우익단체와 북측 기자단 간의 충돌, 종교인들의 시위행위, 김정일 현수막사건 등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돌발 사고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정부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대구U대회에도 북한을 초청한 데는 전세계에 남북의 화합된 모습을 과시함과 동시에 북한 핵문제로 인한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됐다.

북한 역시 이같은 상황에서 참석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오래 전부터 대회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최근 '현대 정몽헌 회장 사망사건'으로 표출된 각종 정치자금의 북한 유입설에 따른 한국민들의 반북한정서 확대, 핵개발 시인 후 악화된 세계여론의 압력에 의해 수용한 '6자 회담' 등 심기 불편한 사건들의 연속은 김대중정부 시절의 남북관계와 비교해 기류 변화의 느낌을 갖기에 충분했다.

특히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시의 언행은 북한정권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8월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우익단체들의 '반핵, 반김 국민대회'에서 발생한 '인공기 소각 사건'은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리는 행위'가 된 것이다.

북한은 이를 빌미로 대회 참석 거부를 선언했고, 당황한 우리 정부는 대통령의 사과를 포함하여 각료들의 사과문을 줄줄이 발표했다.

화풀이를 겸한 북한의 남한 길들이기 작전은 일단 성공을 거뒀다.

남한 당국의 즉각적 반응도 일조했지만, 북한은 당초 정치적 목적으로 준비한 대회 참석 목표를 달성해야겠다는 의도로 대회 불참을 번복하고 참석한 것이다.

대회기간 중 그들의 행태는 이러한 의도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이 남북화합과 순수한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대회에 참석했다면, 그러한 정치적 상황을 연출할 필요가 없다.

북한은 U대회를 통해 남한의 신생 노 정권 길들이기, 남한국민의 갈등 조성과 분열 유도(南南 갈등)를 목표로 삼았고, 국제사회에서는 남북화합의 분위기를 연출해 '북경 6자 회담'에서 보다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보자는 단기적 목표를 설정했다.

장기적 목표로는 남한사회의 분열을 조성하여 그들 통일 전략전술의 목표인 적화통일을 이루려는 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정부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들은 북한 전략.전술의 상승효과에 조연 역할을 한 것처럼 보여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그간 북한의 통일전략전술은 50년대에는 흡수통일을 목적으로 6.25 무력도발을 일으켰고, 60~80년대에는 '한미방위조약'으로 인해 무력통일이 불가능하자 '남조선 혁명전략'으로 전환, 각종 국지도발과 지하조직확장으로 혁명에 의한 통일을 시도했다.

공산권이 소멸된 90년대 이후 지금까지는 핵개발을 통한 체제유지를 위해 온갖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김정일체제를 중심으로한 통일전략은 전혀 변화가 없으며 변할 수도 없다.

목표의 변화와 포기는 정권의 변화 및 포기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U대회 북한선수단의 행태를 보면, 그들의 행위가 얼마나 조직적이고 훈련된 행위인지 알 수 있다.

물론 50여 년 분단으로 인해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U대회에 '미녀 응원단'을 파견한 목적은 무엇이며, 그들이 표출한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하고, 국가경제가 파탄 직전에 처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보여준 행위는 오랜 세월의 단절로만 여기기에는 납득되지 않는, 김정일 정권의 또 다른 사회적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너무나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통일성, 외화내빈의 가식성, 비에 젖은 김정일 초상화를 보고 드러낸 시대적 후진성을 보며 연민의 정을 금할 길이 없다.

북한의 정치행위에 대처하는 우리정부의 근시안적 대응이 정부당국 뿐만 아니라 조직위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성과 위주에 매달려 그들의 주장에 끌려 다니는 인상을 국내외에 보여준 것은 부끄러운 일임과 동시에 국민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불어 우리사회가 아무리 다원화된 사회라 할지라도 이번 우익단체들이 보여준 행위는 대단히 사려깊지 못한 행위였다.

우리집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고 친절한 마음으로 대해주는 것은 정도이고 건전한 상식이지만 손님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을 갖든 그것은 그들의 몫이지 우리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처지가 아니다.

오로지 우리는 어떤 행동이 국가이익에 부합되고, 민족화합의 기초가 될 것인지에 충실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우익단체의 적절치 못한 행동들이 그들의 의도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했음은 물론 국가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구U대회의 모든 경험이 차기 남북행사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봉화(경남대 교수 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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