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지방분권을 들어 한국지하철공사(가칭) 설립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적지않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사설립을 두고 건교부와 기획예산처는 물론 국회간 절충이 밀도있게 이뤄져 왔고 그 대안의 하나로 지하철 운영과 건설을 분리하는 '지하철건설공사' 설립방안이 별도 대안으로 신중히 검토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사 설립 노력은 지난달 19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구.경북 언론인과의 만남에서 "지하철공사는 분권에 반한다"는 발언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 내에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지하철공사는 분권화 시대에 맞게 지자체 스스로 운영하고 다만 중앙정부가 지원을 좀 더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이후 건교부와 예산처는 공사 설립 대신 △국고보조율을 상향조정하고 △지하철 부채 일부를 탕감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았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부 정책방향이 하루아침에 뒤바뀐 셈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책이 오락가락한 것은 건교부나 예산처의 정책소신은 물론 정책의 신뢰성마저 의심케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모럴 해저드'라는 비난도 적지않다.
한국지하철공사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박승국 의원이 "(공사불가 방침은) 공무원의 얄팍한 수작"이라며 "이런 수작을 쓰는 공무원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분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지하철 건설비 국고보조율을 50%에서 60%로 상향조정하고, 대구 지하철 부채(1조7천119억원)의 40%선인 6천848억원을 국고에서 보조하겠다는 것은 당장 지자체의 재정압박은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근본적인 지하철 부채 해결은 물론 당면한 안전관리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지자체가 부채누적을 이유로 안전관리에 최소한의 비용만을 투자했던 그 결과가 대구지하철 참사로 드러났다"며 "따라서 전문지식도 없고 경영능력도 없고 기술이나 운영에 있어서 초보수준에 불과한 지금의 지방자치단체에 지하철 건설과 운영을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건교부의 공사설립 불가 방침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 '한국지하철공사법(안)' 처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오는 16일 예정된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공사법안을 다룰 예정이나 정부쪽에서 완강하게 버틸 경우 법 제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지하철 건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별도 법안을 준비했지만 이를 백지화하겠다"면서 원안처리 입장을 고수한 상태다.
다만 공사설립을 전제로 국회 건교위가 지하철 부채의 일부를 지자체가 떠안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국회 건교위 관계자는 "건교부가 공사설립에 난색을 표한 이상 공사설립을 조건으로 지자체가 일정 부분의 지하철 부채를 떠안는 방안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운용이 지하철 부채의 한 원인인 만큼 전적으로 책임을 면키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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