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공권력과 국민의식

대구유니버시아드가 특별한 사건.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이를 통해 대구의 위상이 국내외적으로 높아졌다.

동변동 선수촌 경비를 20일간 맡은 경찰관으로서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열성을 아끼지 않은 대회조직위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성실히 수행한 군인들, 그리고 선수촌 안전을 위해 밤낮 없이 경비를 해 준 경찰관, 이 모두의 노력이 성공적인 대회를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회가 종반에 가까워질수록 외국인 선수들이 경기를 끝낸데 따른 심적 부담을 떨쳐버리고 선수촌 주변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형사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으로서 그간의 경험에 미루어 "술은 곧 싸움으로 이어진다"는 인식 아래 긴장감을 갖고 근무를 했다.

분위기에 취해 여러 명이 어깨동무를 한 채 노래를 부르는 일은 있었지만 우려했던 폭력은 단 한 건도 생기지 않았다.

술을 먹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외국인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도 이제 음주문화를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형사업무를 하다보면 싸우고 남의 물건을 부수는 사건의 대부분은 음주상태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술을 먹어도 적당히 먹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의식이 아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외국인들은 술을 먹어도 경찰관들의 업무에는 적극 협조하고 조그마한 불편 정도는 감수하려 한다.

"왜 나를 검문하느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없다.

근무중인 경찰관이 내.외국인을 차별하지도 않았을건데 "검문이 까다롭다.

왜 나만 검문하느냐"라고 항의하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술에 취한 한국인들이다.

그것도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관에게 항의하고 욕설을 퍼붓는 한국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외국인들 앞에서….

요즘 언론에 공권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흘러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관의 엄정하고 공정한 법집행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이러한 법 집행을 이해하고 협조하려는 국민들의 의식도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배기명(대구서부경찰서 형사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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