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이면 100일간의 회기로 열리는 정기국회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대의민주정치의 하이라이트로 꼽힐 수 있다.
국민들에 의해 선출되는 입법부가 행정, 사법부를 상대로 각종 현안들에 대해 추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국가예산을 제대로 집행해왔는지, 내년 살림살이 규모를 어느정도로 할 것인지, 관련 법안들은 어떻게 제.개정할 것인지 등을 심의.처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의원들은 기세등등한 반면 정부관리들은 잔뜩 웅크린 수세를 취하기 마련일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이렇게만 굴러가는 게 아니다.
각종 물밑 거래와 담합으로 얼룩지기도 하는 것이다.
국정감사만 해도 그렇다.
피감기관들은 감사가 있기 며칠전부터 각종 연(緣)을 총동원하는 것은 물론 국회로 직원까지 파견, 해당상임위 의원실에 '공'을 들인다.
예상질의 요지를 파악, 윗선에 보고하는 게 일차적인 역할이지만 파장이 클 것 같은 질의에 대해선 수위를 낮추거나 빼도록 갖은 애를 쓴다.
의원실 측에선 엄포용 질의까지 흘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피감기관과 의원실간에는 '한건 올릴만한' 또 다른 자료나 답변을 주고받는등 각종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 일부기관은 답변과 관련된 내용을 미리, 그것도 여당 의원 등 자신들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쪽으로 흘림으로써 국감에 앞서 '물타기'를 하는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감은 정작 열리기도 전에 김이 빠지곤 한다.
예산 심의과정에서도 흥정이 오갈 수 있다.
정부 각 부처로선 한푼이라도 예산을 더 따내야 하는 처지인 반면 의원들은 일차적으론 지역구, 나아가 소속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의식하는데 치중하기 쉽다.
결국 예산에 대한 깊이있는 심의보다는 정부와 각 정당, 의원들간의 타협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예산당국도 국회에 정부예산안을 제출하기 앞서 정치권 요구를 일정수준 반영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편성해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정부 측도 그 대가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국가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법안 재.개정 과정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자신들이 마련한 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임위원 설득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반발이 예상될 땐 지역구 사업을 챙겨주는 등의 타협이 이뤄지기도 한다.
의원들의 반발이 거셀 법안이면 의원입법형식으로 제출하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특히 생색내기용 법안이면 여야가 함께하는 회의가 긴급 소집된 뒤 공동발의하는 식으로 둔갑되기도 한다.
각 당에서도 상대 당의 반발이 예상될 경우엔 정부입법으로 바꿔 밀어붙일 때가 있다.
이쯤되면 정기국회는 그야말로 가관이 아닐까? 게다가 이번엔 차기 총선까지 목전에 두고 있는만큼 더욱 볼만할 것이다.
물론 이같은 모습이 정기국회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우리 정치의 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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