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盧대통령, 해임건의안 거부할까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3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정국은 여야간 극한대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임안 가결 이후 정국의 향방을 가늠하는 결정적인 변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이다. 노 대통령이 해임안을 수용할 경우 정국은 수습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그러나 거부할 경우 정국은 극한 대결과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이 분명하다.

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청와대의 기류는 거부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하다. 김 장관이 해임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고 따라서 해임건의안 통과는 수를 앞세운 거대야당의 '정권 흔들기'라는 것이 청와대측의 기본인식이다.

때문에 해임안 통과 직후 김두관 장관이 "합법적 정부를 흔들어보겠다는 구태정치", "사퇴하게 되면 다수당의 횡포에 굴복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공격하고 나선 것도 청와대측과의 교감 내지는 협의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인식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느냐이다. 해임건의안을 거부할 경우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한나라당과의 대립이 불가피해진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강력한 투쟁을 할 것"(박진 대변인), 대한민국 정치현장에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최병렬 대표)이라며 일전불사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조사특위','권노갑.박지원 비자금조사 특위','굿모닝시티 사건 조사 특위' 등을 총가동해 전방위 공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또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각료는 국회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어 당장 내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할 정기국회의 파행도 예상된다. 이는 노 대통령에게 더욱 큰 부담이다.

그렇다고 해임건의안을 수용하기도 어렵다. 해임건의안이 이유를 납득할 수 없는 다수당의 횡포라고 규정한 이상 이를 수용할 수도 없고 특히 앞으로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과정에서 제2, 제3의 김두관 사태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5차례 있었던 각료 해임건의안에 대해 거부권이 행사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선에서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번 해임건의안 통과로 한나라당은 정국운영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60대 용퇴론'에 따른 당내 세대간 갈등과 지도부의 리더십 위기도 수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까지 여권에 대해 국정운영에 대한 선택적 협조와 강공을 병행하면서 여권을 압박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각료 해임건의안의 통과를 지켜만 보는 무능을 연출하면서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구겼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민주당의 정국주도력은 급속히 상실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위기국면이 신당 문제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신.구주류간의 세싸움이 봉합되면서 대타협으로 갈 수 있게 만드는 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민주당의 정국주도력 약화가 확대되는 양상으로 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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