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도군 부군수 자체임명 파장

청도군의 부군수 자체 임명은 도와 군의 부단체장 인사권을 둘러싼 갈등이나 도지사와 군수간 감정대립의 차원을 떠나 민선3기의 돛을 올린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간 교류와 역할관계를 전면 재검토해보는 분수령으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원동 기획조정실장을 부군수로 자체 임용한 이번 청도군 인사에서 보듯 부단체장 인사권에 대해 일선 시.군과 경북도는 인식부터가 확연히 다르다.

김상순 청도군수와 마찬가지로 대다수 기초자치단체의 시장.군수들은 "소속 공무원에 대한 임면권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다"는 지방자치법 규정을 내세운다.

민선시대 이후 줄곳 제기됐던 기초자치단체의 도 출신 5급 공무원 환원요구와 부단체장의 자체임용 물밑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이다.

정해걸(의성군수) 경북도 시장.군수협의회장도 "기초자치단체장이 부단체장을 임명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바람직한 시.군정 수행"이라며 "시.군 부단체장이 해당 시.군에서 퇴임하거나 공로연수에 들어갈 경우 시장.군수가 부단체장을 임명하기로 경북도와 협의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인 경북도의 입장은 다르다.

지방자치단체간 균형있는 인력배치와 지방행정의 상호 발전, 그리고 행정기관간의 협조체제 증진과 공무원의 종합적 능력배양을 위해 도와 시.군간의 인사교류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도지사가 인사교류의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때 시장.군수에게 이를 권고할 수 있으며, 이때 시장.군수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는 지방공무원법(제30조 2항)의 근거 규정을 적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 학계에서도 일본의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간의 인사교류제도인 '출향(出向)제도' 등의 사례를 들며 자치단체간의 보다 폭넓은 인사교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법규정에 매달리기 보다는 제도의 융통성있는 활용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 232개 기초자치단체 중 부단체장을 자체임용한 곳은 강원도 강릉시와 삼척시.정선군.철원군 그리고 경북 청도군 등 5개 시.군이다.

반면 서울 용산구와 강원도 태백시.평창군.경남 고성군 등 5개 시.군.구는 부단체장을 자체 임명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대구시 남구청도 이재용 구청장시절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시.군 부단체장을 자체에서 임용할 경우 우선 국가나 시.도 시책의 지방적 침투가 어려워 집행에 애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제농업협상.원전문제.노사문제를 비롯 월드컵.아시안게임 등 국제행사 추진에 기초단체장이 소극적이거나 비협조적일 경우 국가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

경북도의 한 관계자는 또 "기초단체 사무의 40% 이상인 국가나 시.도 위임사무 추진도 소홀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단체장의 정실.엽관주의 등 폐쇄적인 인사운영으로 직업공무원제가 퇴보할 우려도 적잖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학계에서도 이번 청도군의 경우처럼 부단체장의 자체 임명은 잘못된 생각으로 그같은 인사권 강행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영남대 우동기 교수(행정학과)는 "지금과 같은 정보화사회에서는 지자체가 필요에 따라 인재를 널리 주고 받아야 상생할 수 있다"며 "지자체간은 물론 일반기업체와도 인재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광역, 광역과 기초단체간에 '출향제도'란 사통팔달의 인사교류제도가 불문율로 시행되고 있는 일본의 예를 들며, 우리도 자치단체간 경직된 인사교류를 타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예를들면 경주시와 문화관광부, 구미시와 정보통신부의 인사교류는 물론 대구은행 등 일반기업체와도 인재 교류가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도와 시.군간 인사교류 단절이 지역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시.군 국장급(4급) 공무원의 도 전입기회를 대폭 확대해 부시장.부군수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또 "도 출신 공무원이 시.군에서 정년퇴직할 경우 도 출신자를 부단체장으로 임용하되, 해당 시.군의 5급 공무원을 도에 전입시켜 승진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성대 경북도 자치행정국장은 "지방행정의 균형있는 발전과 선출직 단체장의 전횡을 효율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차제에 기초자치단체 부단체장을 광역자치단체장이 임명하도록 지방자치법을 개정해아 한다"며 "부단체장이 단체장의 정책보좌 및 예산집행.계약 등 회계사무와 인허가.단속 등 행정집행 책임자로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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