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된 주5일제는 개인과 기업 그리고 조직에 여러갈래 숙제를 던지고 있다.
삶의 3대 요소라고 불리던 의식주에 삶의 질이라는 제4요소가 중요하게 된 주5일 시대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어떻게 해야 짧아진 근무시간에 생산성을 더 높이느냐'로 압축된다.
이를 위해 직장에서는 삼성과 현대 등처럼 집중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근무에 전력투구해야할 시간에 담배를 피우거나 사적인 통화로 딴전을 부리다가 발각되는 직원에게는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옐로카드를 내밀게되고, 옐로카드를 몇번 받으면 곧장 퇴출로 연결될 우려가 높아진다.
평생에도 여러번 직장을 옮기는 서구사회와는 달리 직장을 잃으면 인생의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과 직결되는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조심해야될 일 가운데 하나로 치부된다.
그러나 각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집중근로시간제가 실제 일해야하는 직원들에게 그처럼 환영받으며 정착돼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다.
마치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리에 앉아 있어도 근무에 집중하지 않으면 별무소득이다.
강제적인 성실근무를 전제로 한 집중근로시간제와는 달리 자발적인 생산성 향상과 직결될 수 있는 게 바로 지식 근로 혹은 창조형 근로이다.
아직까지 다소 생소한 개념일 될 수밖에 없는 '창조형 근로'는 어느날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마치 농사를 짓듯이 항상 평소에 준비하고, 평소에 연습해야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하게 된다.
지식 근로가 기업에 얼마나 큰 유형, 무형의 이익을 주는지 보여주는 실화 하나.
프랑스의 유명한 백화점에 한 영국인 귀부인이 나타났다.
몇시간 뒤 이륙할 비행기 티켓을 손에 든 귀부인은 매장 직원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쇼핑을 즐겼다.
맘에 드는 상품을 골라든 귀부인이 떠나고 난 뒤 매장 직원의 눈에 비행기 티켓이 띄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매장 직원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영화 '슬라이딩 도어'에서 봤듯이 순간의 선택이 전혀 다른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
첫 번째 상황. 당신은 영국인 귀부인이 두고 간 비행기 티켓을 보며, 그 부인이 되돌아오기를 덤덤하게 기다린다.
헐레벌떡 되돌아온 귀부인이 비행기표를 되찾아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공항으로 돌아간다.
과연 그 부인의 마음에 당신의 서비스 정신은 몇점이나 받을까.
두 번째 상황. 부인이 두고간 비행기표를 발견한 당신은 즉각 매장 관리책임자에게 문제가 발생했음을 말하고 매장을 부탁한 뒤 부인을 뒤따라 간다.
한참만에 따라잡은 부인에게 비행기표를 건네자, 부인은 수차례 고마음을 표현하며 무사히 출국한다.
영국에 도착한 부인은 프랑스 백화점 사장 앞으로 편지를 쓴다.
"당신 백화점 몇층 어느 매장의 어떤 직원이 적시에 도움을 주어서 무사히 귀국했다"는 마음을 전하며, 영원한 고객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창조적으로 일한 직원 덕분에 이 백화점은 국제 고객 한명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첫 번째 상황처럼 고답적이거나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직장인이 더 많지 않나 싶다.
첫 번째 상황을 택하는 직장인이 많은 기업이나 지역사회는 아무리 근로시간이 단축된다고 해서 산업재해가 줄어들고, 노동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
지난번 대구지하철 사고가 났을 때와 창조적 근로를 한번 대입시켜보자. 갑자기 불지옥으로 변한 지하철에서 시민이 타죽거나 연기에 질식돼, 당신이 지하철 직원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사령실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어야할까. 아니면 반대편 1080호 지하철을 빨리 출발시키거나,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야할까.
지금 이 순간 고객 혹은 소비자 시민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직장인, 기업인, 공무원이 많아질 때 조직, 기업의 생산성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일본에서 22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하고 있는 가오(花王)라는 생활화학 회사가 있다.
이곳의 사원들은 항상 '왜'라는 의문을 갖고, 연구하는 자세가 생활화되어있다.
영업거점의 경우, 소비자가 왜 불만스러워했는가. 소비자는 왜 경쟁사 제품을 선호하는가 등의 문제의식을 갖고 항상 고민한다.
이 회사는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면, 즉시 유사한 불만처리 사례를 축적된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한 뒤 단 몇초만에 신속하게 해소책을 제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낸다.
세계 최대 이동전화회사인 NTT도코모(어디든지 라는 뜻)라는 이름을 생각해낸 요코에 케이코 여사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끈질기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이런 가능성, 저런 가능성 등 여러 가지를 고민하면서 아이디어를 만들고, 기업의 발전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냅킨 하나로 12억을 이라는 책을 쓴 유명 디자이너 김영세씨도 잦은 출장길,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기내 냅킨에 그려두었다가 이를 제품으로 연결시켜 크게 성공하기도 했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