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물연대 운송거부 투쟁 참패로 끝나

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가 5일 운송거부를 중단하고 업무복귀를 선언했다. 이로써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의 지난 5월에 이은 2차 파업투쟁은 16일만에 마무리됐다.

김종인 운송하역노조위원장(화물연대 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물류마비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정부와 운송업계의 '선복귀 후협상' 제안을 수용하고 6일부터 정상업무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회견에서 "정부의 화물연대 회원에 대한 피해 최소화 및 제도개선 협상 등을 약속해 복귀를 결정했다"며 "앞으로 협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실리를 택할 것이며 경유세 보조금 지급 등 기존 합의안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재차 운송거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중앙의 지침에 따르기로 결정하고 최후까지 운송거부 투쟁을 벌였던 포항지역 180여명의 화물연대 회원들도 6일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화물연대의 2차 운송거부 투쟁이 16일만에 막을 내렸다. 추석을 앞두고 극심한 물류대란을 피하기 위해 화물연대가 업무복귀를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계약해지자에 대한 따른 후속조치 등 절차상 마무리 수순 또한 산적해있다. 운송거부 투쟁 16일을 결산한다.

◇화물연대의 패배=화물연대는 지난 5월 신정부 출범 초기 어수선한 정국 하에서 포항을 필두로 전국 각지에서 화물차를 동원해 제조업체들의 출입문을 봉쇄하고 물류수송을 마비시키는 극단적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두자릿수 운송료 인상 등 요구조건의 상당 부분을 쟁취했다.

그러나 이번 2차 운송거부 투쟁은 화물연대의 참담한 패배였다. 화물연대는 운송료 협상에서 일반화물과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및 컨테이너 분야의 일괄 타결을 고집했으나 각 분야별 화주 및 운송사들이 이를 거부한데다 정부가 1차 파동때와는 달리 강경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운송거부 초기부터 화물연대의 '작전'은 꼬여갔던 것.

게다가 포항을 중심으로한 일반운송 분야는 뚜렷한 쟁점없이 BCT 분야에 대한 동조파업의 성격이 강해지면서 체감도가 떨어졌고 시간이 갈수록 이른바 '파업대오'도 약해졌고 특히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탈퇴회원이 늘어나는 등 조직도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파업을 철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은 것.

◇남은 것 없다=이번 운송거부 투쟁을 통해 화물연대가 잃은 것은 많지만 손에 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화물연대 집행부가 업무복귀 시기를 최후까지 늦췄던 것도 이런 고민 때문.

우선 업무복귀가 늦었던 회원들에 대해 운송사측이 계약을 해지, 화물연대는 전국적.분야별로 수백명에 달하는 무적(無籍) 회원들의 업권을 어떤 형식으로 확보해 주느냐 하는 문제가 당장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경찰과 운송업계에 따르면 포항에서만 200명에 가까운 계약해지자가 나올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지도부 및 운송거부 적극 가담자 등 사법처리 대상에 오른 회원들에 대한 사후수습도 큰 부담거리다. 이와함께 화물연대측은 운송사측의 강요에 의한 결과라고 주장하지만 다수의 회원들이 탈퇴하면서 조직력이 약화된 것도 향후 개인지입 차주들의 입지약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라는 점도 화물연대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운송사.정부=정부나 운송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운송거부 사태 초기부터 '물류를 볼모로 한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공권력을 앞세워 연행하고 '계약해지' '고소.고발' '손배소 제기' 등 강경책을 유지한 것이 그나마 파장을 줄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 5월 1차 파동때와는 달리 공권력을 적극 활용했고 운송사도 계약파기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다만 향후 산업현장의 분위기 회복을 위해서라도 구속 또는 입건된 화물연대 회원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말이 산업계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는 부분은 정부가 짚어볼 대목이다.

◇정부의 과제=이번 사태를 순전히 화물연대의 과욕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정부는 고속도로 통행료 조정, 화물차 전용 휴게소 신.증설, 다단계 알선제도 개선책 등 제도보완 또는 수정을 통해 정책적으로 해결할 문제들에 대해 지난 5월의 약속을 상당 부분 이행하지 않았다는게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당시 물류마비 사태를 풀기 위해 무리한 약속을 해놓고 사태가 수면하로 잠복하자 어물쩡 넘어가려 한다는 것. 지난 5월 1차 파동에서 비롯된 정부와 지입차주, 운송사와 지입차주 등 당사자들간 불신의 벽이 높아지면서 이번 2차 파동이 야기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불합리하거나 운전자들이 현실적으로 불편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도개선 및 예산배정 등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제3, 제4의 물류대란을 막을수 있다는 지적이 산업계에서 대두하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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