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중고 섬유...불황을...-섬유기계

섬유기계산업이 지역 섬유산업의 장기 불황을 극복할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IMF를 전후해 침체일로를 걸었던 지역 섬유기계산업은 최근 2, 3년새 급성장세를 보이면서 포스트밀라노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자리잡았고, 전기·전자와 결합해 메카트로닉스화에 성공한 일부 업체들은 첨단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

여기에 영남대 경북 테크노 파크내 섬유기계센터가 최근 한국섬유기계연구소로 새롭게 태어나 업체 지원 및 신기술 개발을 본격화함으로써 포스트밀라노 시대의 섬유기계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섬유기계 왜 키워야 하나

대구·경북 섬유산업이 90년대 들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결정적 이유는 화섬 공급 과잉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일반 범용성 위주의 대량생산체제를 고집했기 때문으로 섬유기계산업은 지역 섬유산업이 다품종 소롯트의 고부가가치 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될 핵심 요소이다.

한국 섬유기계연구소 서상식 행정지원실장은 "다품종 소롯트체제도 결국 기계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이탈리아, 독일 등 선진국 경우 섬유는 업체 자율에 맡겨놓지만 섬유기계는 정책적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섬유 구조 고도화는 세계적 추세로 이에 따른 고성능 섬유기계의 필요성이 증대돼 세계 섬유기계시장은 2000년 188억달러 수준에서 2010년엔 3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또 우리의 경우 섬유기계에 대한 정책적 육성이 소홀한데도 2002년 전체 수출이 8억2천100만달러로 전년 같은기간 6억4천900만달러에 비해 26.5%나 증가해 체계적 지원 시스템만 확립된다면 그 어떤 국가보다도 발전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역 섬유업계도 국내 1천369개에 이르는 섬유기계업체 중 628개(46%)가 대구·경북에 밀집해 포스트밀라노를 통해 섬유기계 국산화를 본격화할 경우 지역 섬유기계산업이 새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첨단산업으로 거듭나는 섬유기계

"섬유기계는 결코 사양산업이 아닙니다.

지역 섬유기계업체들은 전기·전자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첨단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성서 4차단지 입주업체가 최종 발표됐을 때 지역 경제계는 섬유기계의 달라진 위상에 놀랐다.

대구 19개, 외지 8개 등 공단 입주업체 27개 중 섬유기계 업체가 3개나 선정돼 첨단산업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것.

휴먼텍스, 원창기계, 윔스 등 3개 섬유기계업체는 기계에 전자를 결합해 메카트로닉스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이다.

메카트로닉스는 대구시가 섬유, BT, NT와 함께 4대 전략 산업중 하나로 채택한 첨단 분야.

휴먼텍스는 컬러 자수 누비 복합기를 생산하는 회사로 마이크로 프로세서 제어, 바늘대 동력 전달 및 단속 등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또 자수 패턴 발생 소프트웨어, 운동 제어 알고리즘, 제어기 하드웨어 설계 기술 등의 분야에서 타업체와의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컴퓨터 자수기를 생산하는 윔스는 대형 자동자수기 설계에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 대형 자수기는 세계적으로도 단 3개 기업만 개발 능력을 보유한 품목으로 윔스는 연 평균 670대를 생산해 세계 전체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고 타 업체와의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지난해 230억원에 이어 올해는 470억원의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 섬유기계업체들에 따르면 이같은 섬유기계와 IT의 결합은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추세다.

서보 모터 시스템을 생산하는 메트로닉스, 세계 최소형 PC를 개발한 맥산시스템 등 그 이름만으로도 지역 IT산업을 대표하는 벤처기업들이 한국섬유기계협회에 가입, 휴먼텍스 등 지역 몇몇 섬유기계업체들과 공동기술 개발에 들어간 것.

김병균 메트로닉스 대표는 "아직 구체적 결과물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섬유기계와 IT가 만나 윈(WIN)-윈(WIN)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자기술을 접목한 섬유기계 자동화는 지역 섬유산업의 고부가가치 전환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섬유기계연구소-섬유기계 위상 더 높인다.

최근 섬유기계업체들이 첨단기술을 도입해 섬유기계 위상을 한 단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21일 영남대 경북테크노파크 내 섬유기계센터가 한국섬유기계연구소로 확대 개편됨으로써 지역 섬유기계산업의 새 전기를 마련했다.

구 섬유기계센터는 연구소가 아니면 R&D 및 독자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관련 법규정에 묶여 기존 설비 지원으로 역할이 한정됐지만 산업자원부와의 합의를 통해 연구소로 재출범, 포스트밀라노를 통해 지역 영세 섬유기계 업체들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을 활성화할 수 있게 된 것.

산·학·연 컨소시엄 구성, 차세대 신기술 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5억달러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와 10억달러 이상의 수출 증대를 유도한다는 장기목표를 세운 연구소는 최근 산자부로부터 100억원대 대형 중기거점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업계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전두환 한국섬유기계연구소 소장은 "연구소의 궁극적 목표는 외산 섬유 설비의 국산화를 통해 지역 섬유기계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까지 기계, 전자, 섬유 등 전문 연구원 20명을 채용해 본격적인 업체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국내 업체들의 외산 직기 선호 현상에 따라 지난해 말 현재 세계 4위의 섬유기계 수입 국가로 외제 설비 비율이 너무 높아 국산 섬유기계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전 소장은 "외산직기로는 모방 제품만 만들 수밖에 없다"며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섬유업체와 섬유기계업체가 연계해 특화 상품을 생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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