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몰카' 공포

97년 8월 파리 세느강변에서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이 애인과 함께 있다 유럽의 극성스런 파파라치들에게 들키자 이들을 따돌리려고 파리의 알마터널을 초고속으로 질주하다 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그녀는 끝내 불귀의 객이 돼버렸다.

프리랜서 카메라 기자로 통하는 파파라치가 이렇게 극성스러운 건 다름아닌 유명연예인 정치인들의 은밀한 사생활 장면을 몰래 찍어 신문사에 팔면 복권당첨금 못지않는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표적은 부호 오나시스와 재클린 여사, 영국 왕실의 사람들 등인데 캐롤라인 모나코 공주의 스캔들 사진 1장값이 우리돈으로 약 16억원의 고가에 흥정됐고 가수 마돈나, 마이클잭슨, 영화배우 부르스 윌리스 등의 스캔들 사진도 약 2억원에 호가한다고 하니 사진 1장만 제대로 찍으면 팔자를 고치는 상황에다 신문, 방송이 있는한 파파라치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한다.

요즈음은 인터넷까지 그 활동영역이 더 넓어져 오히려 살판이 더 난 셈이다.

파파라치(Paparazzi)의 어원은 사람들에게 극성스럽게 달라붙는다는 '파리'의 이태리어 파파타치(Papatacci)와 '번개'를 뜻하는 라초(razzo)의 합성어(合成語)라는 설이 지배적이나 60년 스캔들 사진기자를 모델로 한 이태리 영화 '달콤한 인생'에 나오는 극중의 주인공 이름 파파라초(Paparazzo)의 복수명사라는 설도 있다.

▲이게 우리나라에 도입된건 방송의 폭로기사를 뒷받침할 '몰래카메라'와 방범용의 CCTV로 활용되다가 교통위반사범 보상제가 실시되면서 카파라치, 음파라치(음주운전 고발)를 시작으로 담파라치(담배꽁초 투기 고발) 쓰파라치(쓰레기투기 고발) 노파라치(노래방 불법영업 고발)에 이르기까지 끝도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관음증(觀淫症)을 유발시키는 '몰카'가 지금 인터넷 음란사이트를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그에 편승 초소형 몰카기기가 극성인 가운데 휴대전화에 카메라 기능을 부착한 '폰카'에다 여성 알몸을 찍는 투시카메라까지 등장, 일본말로 '도촬(盜撮)' 공포에 시달려야 하는 시대가 왔다.

▲지금까지는 음란물이나 '생활주변 고발' 위주로 '몰카'가 동원됐지만 이른바 청주의 '양길승 몰카' 파문은 정치쪽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신호탄이라 할수 있다.

총선, 대선 등 선거 현장의 비리나 관가의 은밀한 뇌물 거래가 몰카 1컷으로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의 생명을 끝장낼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인간이 개발한 기계문명에 인간이 자멸하는 아이러니를 '몰카'가 연출한 셈이랄까.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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