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고양이

전세계의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만화주인공 고양이 가필드. 국내에도 수많은 '가필드 마니아'를 거느릴 만큼 대단한 고양이다.

1978년 6월 19일 TV에 첫 출연하면서부터 폭발적인 인기의 주인공이 된 가필드는 엉뚱하고 짓궂지만 밉지 않은 엽기고양이. 졸린 듯한 눈, 뚱뚱한 몸매에 냉소적이고 게으르며 이태리음식 라자냐를 광적으로 좋아한다.

월요일을 싫어하고 개 엉덩이 차기와 우체부 할퀴기가 취미이며, 음식과 잠에 대한 열정은 뜨겁지만 운동과 다이어트는 극도로 혐오한다.

이런 캐릭터의 가필드가 오랜 세월 지구촌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것은 개미 쳇바퀴 돌 듯하는 일상에다 목을 조는 넥타이처럼 도덕.윤리의 틀 속에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일탈욕구를 대신해 주기 때문 아닐까.

최근들어 '고양이'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아이콘(Icon)으로 떠오르고 있다.

젊은이들은 휴대전화 벨소리를 고양이 울음소리로 바꾸고, 아파트촌에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애완용 고양이 전문점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서울엔 애묘가(愛猫家)들이 고양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등장했고, 길잃거나 버려져 보호소에 수용된 고양이들을 돕는 커뮤니티 보후모(bohumo)도 생겼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끝난 인기 TV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와 일본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에서 비롯된 유쾌한 이미지가 고양이에 대한 인식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양이를 영물(靈物), 또는 불길하고 사악한 동물쯤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사고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징후여서 흥미롭다.

타이완(臺灣)의 유명 만화가 차이즈쭝(蔡志忠)이 펴낸 책 '猫科宣言'(국내 번역: '고양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에는 상황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하면서도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고양이를 유머러스하게 표현, '고양이가 되라(Be A Cat)!'고 부탁하고 있다.

또한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21세기는 위계질서에 충실한 개의 시대에서 개성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고양이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고보니 정말로 궁금해진다.

도처에서 극단의 싸움과 분열만 있을 뿐 치유를 위한 화해와 타협이 없는 우리 사회를 보며 고양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가….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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