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종달새와 올빼미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일이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루스벨트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하루 중 가장 맑은 머리로 일을 시작하곤 했다.

루스벨트는 이른 아침 독일이나 일본을 공격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런던의 처칠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런던은 시차 때문에 처칠이 정신없이 자고있을 시간이었다.

더구나 처칠은 일찍 일어나면 머리가 멍해지는 스타일이어서 루스벨트의 좋은 아이디어를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를 못했다.

한편 밤이 깊어 처칠의 머리가 명쾌해져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루스벨트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루스벨트는 이미 초저녁부터 곤하게 자고 있다.

이를 두고 역사가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신체리듬이 일치했더라면 제2차 대전은 더 일찍 끝났을지도 모른다".

실화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역사의 뒷 이야기이다.

루스벨트는 말하자면 종달새형이고 처칠은 올빼미형이라고 하겠다.

이 두 유형의 명칭은 존스 홉킨스대 의학교수인 윌리암 오슬러에 의해 이루어졌다.

새벽에 기상하는 종달새형과 저녁녘부터 머리가 총명해지는 올빼미형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 생활습관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수면만큼 개인적인 것도 없고 그것이 자신의 환경조건과 부합하기만 하면 어느 형이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고도의 창의력을 요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올빼미형은 자칫 게으르게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도 최근에는 늦잠을 유도하는 유전자가 따로 있다는 것이 발견되어 올빼미형을 고수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방어막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직업을 제외하고 현대사회는 조기 기상을 요구한다.

더욱이 성공적인 삶을 산 인물치고 소위 신비의 세 시간이라고까지 불리는 새벽 시간대를 활용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이런 것이 알려졌는지, 늦잠 유전자가 있든 없든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올빼미형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사이트에 무수히 올라오는 조기기상 체질화 프로그램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상히 가야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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