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변덕스러운 날씨와 어지러운 세상사는 한결같은 카오스이다.
이들은 여러 요소로 구성되는 시스템이며, 요인 낱낱의 움직임을 충분히 파악할 수는 있어도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전개되는 전체적 진행 양상을 예측할 수 없다.
종래의 과학은 현상과 원인 사이의 인과관계가 마치 하나의 실로 이어져 있는 구도이며, 주로 요소를 분석해 가면 하나의 원인에 귀착될 수 있는 것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독이 몸에 침투했을 때, 또는 화약의 양과 폭발력의 관계와 같은 경우는 비례관계로 설명된다.
한편 바다와 육지 그리고 하늘이 얽혀 있는 지구환경 또는 여러 생물이 먹이사슬로 이어진 생태계에서는 그럴 수 없다.
또한 수십권의 "로마제국멸망사"(Gibbon 지음)도 멸망 원인 모두를 설명하지 못한다.
파스칼이 말한 바와 같이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치만 낮았다면 그 후의 모든 일은 변할 수도 있었다"는 역사의 카오스적 성격 때문이다.
카오스에 대해 '모두가 팔자'(판단 중지)나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는 식의 억지는 금물이다.
기어코 실상을 밝혀야 하는 것이 호모사피엔스(지적인간)의 숙명이기에 카오스이론은 인류 지성사의 새로운 지적대상이 되었다.
명확한 하나의 답을 제시할 수 없으나 종래 과학의 틀을 벗어나 전체를 하나로 보는 전일적(全一的) 지혜로 대응한다.
특히 자연과학과 인문사회학은 벽을 헐고 하나로 통합되어가고 있다.
카오스에 관한 또 다른 특성은 하나의 요인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다가 순간에 되먹임(feed back)되어 부정적으로 돌아서기도 하는 것이다.
가령 이산화탄소가 증가함으로써 온실효과가 나타나 지구 온난화가 되고,사막화가 진행되는 등 마이너스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편, 온난화로 인해 수증기의 증발이 많아져 비구름을 몰고 옴으로써 식물을 왕성하게 자라게 한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감소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강우량이 많아지고 수목이 크게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오늘날 한반도는 카오스의 한 가운데에 서게 되었다.
안으로는 정당,노조, 시민단체 등 여러 집단이 저마다의 소리를 높이는데, 금방 되먹임되어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어 복잡성을 더해 가고 있다.
모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므로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 개혁파가 개혁대상이 되고 '악의 축'을 외친 미국이 '악의 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상대를 욕하면서도 닮아 가는 것' 또한 카오스의 특성이다.
한국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카오스인 북핵문제를 의제로 삼은 6자회담이 구성되었다.
이 중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은 한때 제국을 형성하고 우리의 역사에 깊이 개입했으며,지금도 그 의지를 바꾸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 남북으로 나뉘어 대응하는 처절한 처지이다.
적어도 같은 민족인 남북 사이에는 신뢰관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
힘 센 것이 약한 것을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물리학, 또 강자가 약자를 도태시킨다는 진화론은 근대과학의 중심에서 제국주의와 함께 설득력을 발휘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카오스 시대의 국제역학은 힘보다 공존의 논리를 앞세운다.
서울에서의 나비 날갯짓이 뉴욕에 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나비효과가 수시로 발생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오만은 금물이며 우연적인 일을 무시할 수 없다.
한반도의 역사, 지리적 환경은 카오스이다.
역사는 3년에 한번 꼴의 외침으로 점철되어 있고 집중호우,삼한사온 등의 변덕스러운 기후 속에서 천수답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그러기에 우리에게는 '어느 구름에 비가 올지 모른다'는 지혜도 있다.
작은 구름도 폭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잊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의 지루한 회담은 한반도의 '비핵.평화통일'에서 세계전쟁 사이의 모든 가능성을 안고 진행한다.
아무리 긴 장마나 100년 전쟁에도 끝나는 날이 있는데, 우리의 의지가 새로운 국면을 결정한다.
6자 회담은 민족의 일체성과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개인에게 있어서의 운과 같이 나라에는 국운이 있다.
카오스시대는 한국민의 원형을 궁극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때이며 밝은 세상이 다가와 있음을 예감케 한다.
김용운(한양대 명예교수)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