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수성구 맛축제 유감

내달이면 대구 각 구군별로 가을축제들이 잇따를 예정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낸 많은 세금이 투입되는 이런 축제가 과연 알차게 준비되는지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수성구 역시 '들안길 맛 축제'를 열기로 했으나 준비단계에서부터 석연찮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오후 6시30분부터 수성구청 회의실에서는 맛 축제 준비를 위한 6차 회의가 열렸다.

외부 축제위원들과 공무원 10여명이 참석해 집행위원 선정, 운영 및 교통 통제 문제, 예산 배분 등을 다루려는 것. 그러나 그 속에는 '이권'에 개입될 소지가 있는 방송사 간부와 이벤트업체 사장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때문에 진작부터 제기돼 왔던 우려는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현실화되고 말았다.

출연자 섭외 논의 단계에서 방송사 간부가 나섰다.

"시일이 촉박하고 행사 예산도 1억원밖에 안되는데 굳이 경쟁 입찰로 이벤트 대행업체를 선정할 필요가 있겠느냐, 지금 당장 결정하자"면서 한 축제위원이 사장으로 있는 특정 이벤트사를 거명했다.

구청 공무원이 "견적이라도 받아본 후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조심스레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방송사 간부는 "탈락될 업체를 괜히 불러올 필요가 있느냐" "이 업체의 기획력과 협찬 능력이 압도적이다"고 계속 주장했다.

결국엔 다른 축제위원들도 동의하고 말았다.

공무원들은 이런 과정을 눈만 멀뚱거리며 지켜볼 뿐이었다.

이벤트 주관 업체 선정은 당초 이날 의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예산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이벤트 주관 업체 선정은 20여분만에 끝나 버렸다.

한 축제위원은 "위원들 사이에 해당 업체에 대한 친소 구분이 처음부터 명확했다"며 "예정된 사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방송사 간부 자신도 이미 스팟 광고권을 챙겨 간 상태였다.

대구에는 달구벌축제, 동성로축제 등 크고 작은 축제들이 적잖다.

일부 축제위원들의 제밥그릇 챙기기로 전락하는 축제는 이제 없어져야 할 것이다.

수성구청은 말썽이 일자 8일에야 뒤늦게 이벤트 업체 선정을 재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창희(사회1부)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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