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명절 스트레스

모두들 하계U대회에 관심이 쏠린 사이에 8월이 훌쩍 지나갔다.

9월에 들어서자 바로 추석. 올해는 빠른 추석과 유난히 많이 내린 비탓에 햇곡식으로 차례상을 차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추석'이라는 화두에 이르면 언제나 '주부 명절스트레스'로 이어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옛말의 깊은 의미와 정취와는 상관없이 주부에게 추석은 가슴답답함으로 다가온다.

'남자가 하냐, 여자가 하냐', '큰 동서가 하냐, 작은 동서가 하냐' 등 일거리의 갈등에서부터, '딸은 친정 오는데, 며느리는 왜 친정 못가냐'의 시댁식구만의 명절분위기에서 겪는 갈등들이 대다수 주부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필자도 10년차 주부일 때까지는 이런 고통에 시달려야했었다.

수원까지 장시간 차를 타고 가야했고, 가자마자 늦게 온 죄책감으로 계속 부엌에서 일해야 했다.

그리고 좁은 방에 뒤엉켜서 연휴가 끝날 때까지 먹고 자고했으니 소화불량에 걸릴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큰댁이 대구로 이사왔고, 음식도 예전처럼 많이 하지 않아서 한결 편해졌다.

밤늦도록 빚어야했던 송편을 집에서 빚지 않고 사게 되면서, 일찍 일을 마친 후 동서들과 함께 찜질방에 가서 피로를 풀기도 한다.

그리고 맏며느리여서 명절에 친정가는 것을 포기했던 손윗동서를 위해 둘째인 필자 내외가 큰댁에 머물면서 손님맞이를 하니 동서간 갈등도 줄게 되었다.

결국 온가족의 사고가 변해야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될 수 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가급적 '가시있는' 말을 삼가야 한다.

"왜 이리 늦게 왔니?", "애비 얼굴이 영 안좋구나" 등 이런 말에서 주부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족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칭찬이 보약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모처럼 형제자매가 모였으니 자식자랑, 부부자랑을 늘어놓을 수 있지만, 지나친 자랑 속에서 '비교'가 싹트고, 이는 다른 형제들에게는 상처가 되므로 자제해야 한다.

다시 말해 즐거운 명절은 온가족의 이해와 협조로 육체적.정신적.경제적 명절부담 나누기 속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총각이었던 후배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명절스트레스 이야기를 들으면 남자로 태어난 게 다행이네요". 지금은 장가가서 예쁜 딸아이 하나를 두고 있는 그 후배는 자신의 아내가 다리가 퉁퉁 붓도록 서서 음식을 장만하고도 금방 남자들이 어지른 음식상을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자라서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른다며 고마워하고 있을까? 아마 그 후배는 주부의 명절스트레스 퇴치법을 알아서 설거지도 도우며, 따뜻한 말 한마디로 노고를 위로하는 현명한 남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