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대구는 기온이 높고 대기 흐름도 원활치 못해 해마다 여름이면 찜통 더위와 한판 전쟁을 치른다.
이에 대구시는 지난 몇년간 도시 기온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공원 조성, 가로수 식재 등 녹지 공간 만들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콘크리트 빌딩 및 도로 건설 등 개발 일변도의 도시계획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도시열섬화 현상을 없앨 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바람길을 확보, 산과 하천의 청정한 찬 공기를 자연스레 도시내로 유입하는 것이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대구지역 바람길 조성 이유와 문제점, 대책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바람길은 산, 바다, 하천 등지에서 발생하는 신선하고 차가운 바람이 이동하는 통로다.
이에 바람길을 찾아내 통로를 조성하면 산이나 하천 등에서 발생되는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를 도시내로 유입시킬 수 있어 시가지의 기온를 낮추고 대기순환도 촉진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
도시의 기후를 개선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냉기류는 크게 두가지 정도다.
하나는 도시열섬화로 인해 여름철 밤 주로 발생하는 열대야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산에서 생성되는 바람을 이용하는 것이다.
도시 인근의 산지에서 생성되는 청정한 냉기류를 저지대인 시가지로 유입시켜 도심의 밤 기온을 낮추는 것. 산바람이 도시내로 유입되면 환기, 통풍 조건도 좋아져 도심에 적체된 대기오염물질을 교외로 유출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내륙분지인 대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적합한 방식이다.
또 하나는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해풍을 이용, 낮의 도시열섬현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선 해풍이 육지로 불어 들어오는 통로를 저지대로 유지해 해풍이 육지 깊숙이 침투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하는 것이 필수다.
부산, 인천, 울산 같은 연안지역에서 적용할 수 있지만 강이나 하천, 호수를 끼고 있는 대구 같은 내륙도시에서도 강, 하천 수변지역에 형성된 청정한 냉기류를 같은 원리로 시가지로 끌어들일 수 있다.
계명대 환경학부 김수봉 교수는 "찬바람을 이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바람길을 찾아내 기후지도 등을 작성, 이를 녹지 및 도시 계획에 반영시켜 바람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무계획적으로 진행돼 온 도시계획으로 바람길 조성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앞산, 팔공산 등 도심에 가까운 산지 바로 밑엔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고층 건물들이 가로막고 있고, 주요 바람길로 이용되는 신천 등의 하천변을 따라 들어선 아파트, 공단 등도 도시내로 유입되는 차가운 공기의 흐름을 차단하고 있다.
계명대 환경학부 김해동 교수는 "산이나 강 주변에 아파트 등 대형 건물을 무계획적으로 건설하는 것은 마치 표를 샀다는 이유로 극장 제일 앞 자리에서 일어서서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며 "일부 주민들은 시원하고 좋은 공기에서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이때문에 대부분 시민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답답한 도시 구조도 바람의 흐름을 막아 도시열섬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도심에 고층 건물, 도로 등이 무계획적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콘크리트 인공구조물, 아스팔트 도로, 차량, 냉방기구 등에서 방출되는 엄청난 양의 인공열이 외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돼 열섬현상과 대기오염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신선하고 차가운 바람을 오랫동안 멀리 이동시킬 수 있는 녹지 공간도 부족하다.
녹지는 산지 등에서 발생한 냉기류가 시가지를 지나면서 데워지지 않고 차가운 성질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공원, 녹지대 등 녹지축 부족과 단절로 바람의 차가운 성질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시가지로 연결되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대구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에 따르면 가로수 등을 제외한 근린공원 등 도시 전체면적당 공원녹지 면적 비율이 대구가 0.3%로 서울 0.6%, 파리 26.9%, 베를린 28.1%, 뉴욕 13.1%, 도쿄 4.0% 등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 턱없이 부족하다.
바람길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물론 아직 이렇다할 기초 자료도 없다.
독일의 경우 1960년대 이미 도시계획 과정에 바람길 조성과 활용을 위한 요소를 엄격히 반영했다.
슈투트가르트는 연방건설법 개정을 통해 도시 환경보호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길 조성과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구의 경우 친환경적인 주거환경 건설을 위해 기대됐던 주거지역 세분화 추진 계획이 당초 계획에서 오히려 상당부분 후퇴했고, 지금도 시내 곳곳엔 도시열섬을 유발하는 고층 건물들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서고 있는 등 도시계획에 환경 요소가 그다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계명대 환경학부 정응호 교수는 "독일에선 아주 약한 바람이라도 바람길만 있으면 도시계획에 반영, 건물을 신축하지 않는데 반해 대구는 바람길 등 환경적인 요소가 도시계획과 연계되거나 접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도시열섬(Urban Heat Island)=도시화 및 교통량 증가 등으로 도심의 기온이 교외에 비해 높아지는 현상. 도심의 공기가 순환되지 않고 정체되면서 고온의 공기가 섬 모양으로 뒤덮고 있다.
열섬현상은 밤이 낮보다 휠씬 심하고 여름철 밤에 주로 열대야 현상을 유발시킨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등 높은 열용량을 갖고 있는 인공구조물에서 방출되는 열과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냉방기구 등에서 배출되는 인공열 등이 주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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