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북한의 핵게임과 미사일 시위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드러나 미.일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t의 무게에 높이가 9m나 되는 이 거대한 미사일은 구 소련의 잠수함발사 핵미사일과 흡사하며 사정거리가 4천㎞에 달한다고 한다.

굶주리는 주민들을 외면한 채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집착하는 평양정권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이런 식의 무력과시가 국제여론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왜 이토록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북한 미녀응원단의 미소가 가시기도 전에 무시무시한 미사일을 내보이는 북한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1990년대 초반 북한 핵문제가 처음 불거지면서부터 최근까지 북한이 줄기차게 구사해온 게임 중 하나로'전략적 모호성 게임'을 들 수 있다.

핵무기의 존재에 대해 있는 듯 없는 듯한 언행을 보임으로써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몸값을 불려나가는 일종의 핵게임이다.

확실한 증거가 없기에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면서도 협박효과는 그대로 발휘되기 때문에 통상 약소국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에 선제공격을 가하고 잔인하게 후세인을 끌어내리는 것을 목도한 후 점차'모호성 게임'에서 노골적으로 핵협박쪽으로 옮아가고 있다.

지난 4월 북경에서 열린 3자회담에서 북한대표가 '핵보유'를 언급한데 이어 8월 6자회담에서도 "미국이 적대정책을 계속하면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를 과시하겠다"고 협박했다.

남한도 이 게임의 대상이었다.

5월 경협실무위에서 "잘못되면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을 겪게된다"고 협박했는가 하면, 7월 서울에서 열린 11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도 "핵전쟁의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으니 현실을 똑바로 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번의 미사일 시위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에 대항하는 '핵억제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북한식으로 난국(?)을 타개하고자 함이다.

평양정권으로서도 쉬운 게임은 아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원하는 대로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받아들인다면 국가간 문제는 금방 해결되겠지만, '자본주의적 오염'으로 정권의 존재가 위태롭게 된다.

부자간 권력세습과 1인 우상화를 포함한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방을 막고 미국에 맞서야 하는데 당장은 '핵공갈' 이외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평양정권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채 광란의 질주를 지속하고 있다.

결국, 북한 대량살상무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평양당국이 체제의 변화를 수용할 때에만 가능하다.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게되는 '피해 당사국'이면서도 북핵문제를 해결할 지렛대를 가지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실만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북한이 이미 1천기 정도를 배치하고 있는 스커드C급 이상의 미사일들은 남한전역을 사정거리내에 두고 있어 결국은 우리의 안보문제이다.

북한이 40년 넘는 세월동안 집요하게 추진해온 핵개발을 놓고 "협상용일 뿐 보유용은 아니다"라고 믿는 사람들이라면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공개여부를 놓고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핵보유 및 핵게임의 동시 추구'라는 그들의 속내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남북이 손잡고 미제를 떨쳐내자'라는 북한의 민족공조론에 솔깃해 하는 사람들이라면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부족할 때는 동맹국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6자회담이 실패하는 경우 미국의 강압정책과 무력사용 위협에 북한이 핵보유 선언으로 맞서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유비무환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이는 남북대화 추진 문제나 대구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을 따뜻하게 대해주어야 하는 문제와는 별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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