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봉이 김선달 저울'

스포츠와 관련한 우리나라 매체들의 보도환경을 보면 수십년 전과 같다는 분석을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달라졌고 소득이나 생활의 질이 높아져도 스포츠 보도의 관행은 여전히 권위주위시대의 사고와 거의 비슷하다.

달라진 것은 극히 지엽적인 일들이다.

예를 들어 골프.볼링 등 종목이 취재 대상이 돼 있고 골프의 경우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 매김한지가 오래됐다.

즐기는 인구도 급증 추세여서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라는 인식도 점차 엷어지는 현상도 있다.

이런 사소한 분위기를 배제하면 우리 사회가 스포츠에 접근하는 태도는 역시 '고인물'이라는 표현이 가능할 성싶다.

◇국제스포츠 대회는 어김없이 우리나라의 예상 순위 목표가 설정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잣대로 참여의 성공여부를 가름한다.

이봉주 선수 같은 스타는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를 하면 '우승 가능성'을 거의 모든 매체가 꼭같은 내용으로 신문이나 방송이 기사를 써대고 전파를 탄다.

일종의 '소몰이 기사'다.

언론학에서 흔히 지적하는 '매체의 떼거리 현상'을 말한다.

언론이 사회 발전과 상관없이 독자나 시청자들을 '냄비같은 용기(容器)'에 몰아 넣고 불을 지펴 뜨겁게 달군다.

이 뜨거운 메시지를 받은 수용자(受容者)의 일정기간 감정은 함몰상태에 빠진다.

◇지금도 꼭 등장하는 게 또 있다.

세계 스포츠행사를 알리는 내용 중 빠뜨리지 않는 것은 소위 '경제 효과'다.

88년의 올림픽도 그랬고 아시안 게임이나 월드컵 축구대회 때도 그랬다.

고용효과가 수만내지 수십만명이라든지 경제적 파급 효과가 직.간접으로 어떻다는 구체적 금액까지 제시한다.

생산유발효과는 물론 부가가치 창출까지 세세하게 분석하는등 '장밋빛 현상' 부채질(?)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경기부양효과에 금방 국운(國運)이 상승할 것이라는 감(感)도 느끼게 한다는 기억을 간직한 국민들이 상당수 일것이다.

◇달구벌을 달군 대구 하계(夏季)유니버시아드도 '감정함몰'과 '경제효과' 관행이 답습된 대회로 볼 수 있다.

학생대회에 순위의미는 별큰 무신통인데도 큰 성취인것처럼 의미부여는 궤도 이탈(離脫)이다.

양궁 싹쓸이 등을 또 다른 성취로 가는 과정으로 보면 큰 무리가 아닐 성싶다.

U대회폐막후 바로 나온 '대구U대회경제적 효과'에 수긍할 대목보다는 과연 그럴까하는 의문이 더 간다.

대구.경북지역 생산 유발효과 3천776억원, 부가가치창출 4천3억원, 고용효과 6천357명이라는 분석의 계량(計量)이 너무 미세적 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간 약 2조원의 수출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대목에 '봉이 김선달 저울'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최종진 논설주간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