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피해 상황-'암흑' 제주-'최악' 부산-'참혹' 울산

△인명피해=12일 오후 2시40분께 제주도 서귀포항에서 부산선적 모래운반 선금용비 3002호(570t) 선원 김명구(58.부산시 해운대구 반송1동)씨가 요동치는 배를 고정시키려다 밧줄에 다리가 절단돼 숨졌다.

전남 여수시 화양면 용주리 유호연(77)씨의 단독주택이 무너져 내린 산비탈 흙에 매몰돼 박인심(74.여)씨가 숨지고 유씨가 부상을 입었다.

밤 11시20분께 진주시 옥봉동 기아자동차앞 도로에서 40대로 보이는 여자가 전신주에 감전돼 숨졌다

밤 11시께 전남 여수시 안산동 부영여고 인근 야산이 집중호우로 무너져 김모(42)씨의 집이 매몰돼 김씨의 부인 최모(36)씨와 자녀 승대(7)군, 은진(5)양이 매몰돼 구조작업이 진행중이다.

△정전사태=제주의 경우 오후들어 기록적인 강풍으로 송전선로가 끊기고 전신주가 넘어지는 사고가 속출, 북제주군 한경, 우도, 한림, 구좌, 조천지역과 제주시 일도2동, 서귀포시 신시가지, 남제주군 안덕, 대정 일부지역에 전기공급이 중단돼 11만223가구의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오후 6시부터 여수, 고흥지역에 순간초속 30m가 넘는 강풍과 시간당 3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돌산읍을 비롯 거문도, 초도, 봉산동 등 여수지역 일대와 고흥 고흥읍과 봉래, 과역, 남양면 등 5개 읍면에서 전신주가 부러지고 전선이 끊겨 수천여가구의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도로유실.교통통제=폭우로 도로가 넘치며 제주 애월읍 그린리조트 부근 서부관광도로, 남제주군 가시악 군도 등 5개 도로 구간의 교통이 통제됐다.

서귀포항 방파제 암벽 콘크리트 100m가 파도에 유실되는 등 항.포구 시설물 피해가 속출했다.

불어난 물로 제주시 원산마을 서쪽 도근교 하천 등 4개 하천이 범람, 교통이 통제됐고 동부관광도로 절물입구 등 3곳의 도로가 침수됐다.

△항공기 결항.연안여객선 운항중단=이날 오전 7시 서울발 여수행 항공기가 결항된 것을 시작으로 전남 여수와 목포, 포항, 사천 등 지방공항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결항되거나 차질을 빚었다.

제주공항은 오후 들어 제주도가 태풍 영향권에 들면서 50여편의 운항이 취소돼 2천500여명이 귀경길에 오르지 못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200여편의 항공기가 뜨지 못해 수만여명의 귀경객 수송에 차질을 빚었다.

제주도를 비롯 서해와 남해, 동해 등 전 해상에 폭풍경보가 내려지면서 국내 96개 항로 135척의 연안 여객선의 뱃길도 모두 끊겼다.

목포와 여수, 통영, 거제 등에서 출항하는 여객선 운항은 11일 오후부터 이틀째 중단돼 귀성객 3만여명이 섬에 발이 묶였다.

제주항을 비롯 목포항, 여수항 등 여객선 터미널과 항.포구에는 여객선과 어선등 6만1천여척이 결박됐거나 육지에 끌어 올려졌다.

△선박 침몰.시설물 피해=제주도 항구에 정박중이던 선박 9척이 침몰했으며 서귀포 서귀항등 방파제 405m가 유실되고 서귀포 88올림픽 경기장의 지붕이 파손됐다.

남제주군 성산읍 신양리의 인기 드라마 '올인' 촬영세트장이 파손됐고 남제주군종합경기장 본부석이 크게 부서졌다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신축 공사장 축대가 붕괴되는 등 도내 공사장 3곳이 파손됐다.

△피해 컸던 부산=태풍 '매미'는 불과 3시간여만에 부산전역을 초토화시키다시피 휩쓸고 지나가면서 막대한 인적.물적피해를 냈다.

태풍의 경로에서 100㎞가량 떨어진 부산이 이처럼 큰 피해를 당한 것은 엄청나게 강한 바람과 만조시간과 겹쳐 산더미같은 해일이 덮친 때문이다.

태풍은 경로 오른쪽에는 강한 바람이 부는 반면 왼쪽에는 바람은 다소 약한 대신 비가 많이 내리는 성질이 있다.

이 때문에 경남 남해안에 상륙해 밀양과 대구를 거쳐 동해안으로 빠져나간 '매미'의 오른쪽에 위치한 부산에는 12일 밤 9시께 순간 최대 풍속이 무려 초속 42.7m에 이르는 강풍이 불었다.

이 때문에 부산항에 컨테이너 전용부두가 등장한 지 20여년만에 무게 800t이 넘는 거대한 컨테이너 크레인 11기가 전복되거나 궤도에서 밀려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또 무게 30t짜리 공사장의 크레인들도 여러 곳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이처럼 거대한 철구조물들이 맥을 못출 정도이다 보니 가로수와 교통신호등, 가로등, 공중전화부스 등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물체들은 뿌리째 뽑혀나갔고 길이 10m가 넘는 대형 입간판들도 마치 '연'처럼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 때문에 순간 정전 20만가구를 포함해 부산시민의 절반에 가까운 무려 53만가구의 전기가 끊겼고 수돗물 공급마저 안돼 시민들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부산지역 전력공급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고리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4기가 송전선로 이상으로 동시에 멈춰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름잠긴 울산=울산의 특산물인 배가 수확기를 앞두고 대부분 떨어지자 울주군 서생, 삼남, 삼동, 청량면과 북구 호계, 농소지역 과수농민들이 시름에 잠겼다.

삼동면 작동리 김수천(60)씨의 배 과수원 4천여㎡에서는 조생종 신고배가 대부분 떨어졌고 삼남면 상천리 정학룡(55)씨의 과수원 6천여㎡에서도 상품성을 기대했던 배가 거의 다 떨어졌다.

농민들은 올해 일조량이 적어 배의 작과가 좋지 않자 달린 배라도 상품성을 높여보려고 예년과 달리 추석을 앞두고 출하도 하지 않았던 터여서 가슴이 더욱 미어졌다.

12일 밤 10시께 해일이 몰아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주민 100여명은 망연자실해 있다.

거대한 파도가 덮치면서 김정석(65)씨의 집이 반파되고 담이 무너졌으며 30여가구 모두가 안방까지 바닷물이 넘쳐 주민과 고향을 찾았던 가족들이 면사무소 등으로 몸을 피했다.

울산 시가지 남구 삼산동 현대.선경아파트와 야음동 동부아파트, 중구 우정동 선경아파트 등고층아파트마다 베란다 유리창이 깨져 주민들이 밤새 비바람의 공포에 사로잡혔고시가지 고층건물의 유리창도 수 없이 깨졌다.

중구 동강병원과 동구 울산대병원, 남구 중앙병원 등 주요 병원에서는 깨진 유리에 다친 시민들이 밤새 줄지어 치료를 받았다.

울산지역 120여개 선로 가운데 절반이상이 정전된 가운데 울산지방경찰청의 경우 오전 8시 현재까지 전기가 복구되지 않아 치안상황이 잘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울주군 범서.온양읍과 북구 농소읍 등 변두리는 정전에다 휴대전화마저 불통돼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나 재해현장이 넓어 피해복구와 끊긴 전기 및 이동통신 재개에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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