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풍'매미' 인명피해 120여명

갈수록 눈덩이...대구.경북 사망.실종 27명

한반도를 강타한 제14호 태풍 '매미'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14일 오후 6시 현재 115명으로 공식 집계되는 등 시간이 갈수록 인명, 재산 피해 규모가 계속 늘고 있다.

또, 이 같은 수치는 주민 신고 등을 근거로 집계한 것이지만 정전이나 통신 두절 등에 의해 아직 신고되지 못한 인명피해 사례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여 실제 사망자와

실종자는 12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태풍이 동반한 강한 비바람으로 전국 곳곳의 고압선이 끊어져 정전사고가 속출해 경남 52만 가구와 부산 33만 가구 등 147만 가구의 전기공급이 중단되고 상당수의 주택지와 농경지가 침수되는 한편 중앙선 새마을호 상행선 열차가 탈선, 승객 15명이 부상하는 등 철도.도로 두절도 잇따랐다.

12일 오후 10시15분께는 고리원전 3.4호기가 송전선로 이상으로 원자로와 터빈 발전을 정지한데 이어 고리 1.2호기도 13일 0시16분께 발전을 정지했다.

월성원전 2호기는 12일 오후 11시17분께 주변압기에 이상이 생겨 터빈이 정지됐고 월성 1호기는 원자로 출력을 92%까지 낮춰 운전중이다.

한전과 협력업체 직원 8천400여명이 정전사고가 발생한 지역에 긴급 투입돼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13일 오후 10시 현재 123만 가구에만 전기공급이 재개된 상태이다.

12일 밤 경남 남해안에 상륙한 제14호 태풍 매미는 순간최대풍속 45m로 부산과 남해안을 휘저은 뒤 내륙지방 대구로 북상, 경북지역에 평균 157mm의 강우량을 기록하면서 군위 영천 청송 영양 봉화 등지를 거쳐 13일 새벽 2시30분 동해안 울진으로 빠져나갔다.

매미는 남해안에서 항구에 정박중이던 어선들을 침몰시키고 육지에 상륙한 뒤에는 인명피해와 함께 산사태와 가로수를 뽑아내고 가로등을 쓰러뜨려 교통을 두절시키고 농경지 침수 등 농작물 피해와 경북도 재해대책본부를 포함한 전국적인 대규모 정전사태를 일으키는 등 최악의 재산피해를 냈다.

13일 오후 3시현재 대구.경북지역에서는 1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으며 수십명이 부상당했다. 또 주택 19동이 파손되고 가옥 100여동이 침수됐으며 저지대 주민 600여명이 학교와 교회 등으로 피신했다. 또 교량 3개가 유실되는 등 공공시설 22개소가 피해를 입었고 포항 청송 영덕 경주 등지의 15만2천세대가 정전됐다.

청송지역의 국도 31호선과 35호선, 지방도 등 도내 10개소의 도로가 통제되고 있으나 피해상황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북도 재해대책본부는 밝혔다.

울릉도는 12일밤부터 전역이 정전된 가운데 일주도로가 완전 마비되고 태화방파제가 완전 유실되고 인근 100여채의 주택이 침수되는 등 육지와 완전 고립됐다.

전국적으로는 이번 태풍으로 25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고 130만가구가 정전사태를 당했다.

▨전국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14일 오후 6시 현재 태풍 '매미'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85명, 실종 30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12일 경남 마산시 해운동 595 해운프라자가 물에 잠겨 건물 안에 10여명이 수몰된 것으로 추정돼 경찰과 해군, 119구조대 등이 출동, 물빼기를 통한 수색작업을 벌여 13, 14일 시신 8구를 인양했다.

또 전남 여수시 화양면 용주리 유호연(77) 씨의 단독주택이 무너져 내린 산비탈 흙에 매몰돼 유 씨의 부인 박인심(74) 씨가 숨지고 유 씨가 부상했으며, 제주 연동에서는 안옥수(73.여) 씨가 맨홀 실족으로, 서귀포시에서는 김명구(58) 씨가 바지선 결박 중 불의의 사고로 각각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사망.실종자를 지역별로 보면 경남이 59명으로 가장 많고 , 전남 11명, 강원 11명, 부산 11명, 대구 3명, 제주 2명, 전북 1명 등이다.

원인별로는 산사태.절개지 붕괴 18명, 건물 붕괴 12명, 하천급류 23명, 침수 17명, 기타 45명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부산 수영구 아파트 신축공사장 등지에서 크레인 2대가 넘어지면서 소방관 5명이 부상했고, 중앙선 단양∼단성 구간에서 새마을호 3량이 탈선, 승객 28명이 다치기도 했다.

해일과 하천 범람 등으로 전국에서 주택 등 건물 859채가 파손되고, 3천36채가 침수되는 등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도로 194개소와 교량 4개소, 비닐하우스 1천644㏊가 파손되고, 경남 7천256㏊ 등 전국 농경지 1만566㏊가 침수됐다.

이재민도 크게 늘어 재해대책본부 집계로는 모두 3천323가구 8천938명이 발생, 학교나 마을회관, 이웃집 등에 분산 수용됐다 일부는 귀가조치됐다.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자성대부두에서는 항만 대형 컨테이너 크레인 11대가 넘어지거나 레일 이탈로 파손돼 복구에 최대 15개월까지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분 간 수출입 화물수송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부산과 여수, 제주에서는 유조선 3척의 침몰로 인한 해양오염 방지를 위해 방제작업이 진행 중이고, 제주 항구에 정박 중이던 선박 26척이 침몰.좌초되는 등 전국서 모두 90여척의 선박피해가 발생했다.

이 밖에 서귀포 서귀항 등 방파제 405m가 유실되고 서귀포 88올림픽 경기장의 지붕과 남군 종합경기장 기념관 지붕,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지붕막 등이 파손됐다.

▨경북

사상 유례없는 강풍과 집중호를 동반한 태풍 매미의 강타로 경북지역에서는 제방이 터지고 곳곳의 산사태와 물난리로 주택과 농경지가 유실되거나 침수돼 수십명의 인명피해를 냈으며, 수확기 농작물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경북도는 15일 이번 태풍으로 17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으며 1천여세대에서 2천5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417억7천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청도 256mm.경산 247mm 등 평균 172.2mm의 강우량을 보인 경북도내에는 태풍 매미가 동반한 강풍으로 15만2천세대에서 정전이 발생해 한때 암흑천지로 변했으며, 농작물 8천6711ha가 침수되고 1천457ha가 유실 또는 매몰됐으며 5천여의 벼가 쓰러져 눕고 1만여ha 과수원에서 낙과가 발생했다.

또 2천447동의 주택이 파손되거나 침수됐으며 도로교량.하천시설 등 공공시설 502개소가 수해를 입어 피해액이 387억8천여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태풍 '루사'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김천지역에는 태풍 '매미'의 강타로 또 다시 2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500여ha의 농경지가 침수 또는 유실돼 주민들의 허탈감을 더하고 있다.

경주지역에는 수확기의 낙과 피해에다 양식장 파손으로 수산물의 피해도 상당한 규모에 달하고 있으며, 특히 쌀농사는 계속된 궂은 날씨로 흉작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태풍까지 겹쳐 23년만의 대흉작이 우려되고 있다.

울릉도는 1만여 지역민들의 일일 생활권으로 자리잡아온 섬 일주도로 39.8km 구간중 읍.서.북면 지역 난공사 구간 6곳 등 3km 이상이 유실돼 서.북면 주민 3천여명은 등짐과 머릿짐으로 생필품을 운반하고 있고, 읍.서.북면 전 지역의 육상교통이 완전 마비돼 복구기간 만도 2년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중심부가 휩쓸고 간 청송군 안덕.현서면 지역에는 피해가 엄청난데도 불구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송군의 한 관계자는 "교통과 통신이 두절되어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전체 피해 규모가 지난해 태풍 루사로 인한 550억원의 2배가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울진군도 산간오지의 통신이 두절되고 고립된 지역이 많아 피해액 산출이 되지않고 있다.

영천에서는 보현산의 대형 산사태로 하류지역의 강물이 범람해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고 곳곳의 도로가 붕괴됐으며 전기.통신시설이 끊겼다. 또 고령 도진제방과 의성 미천제방이 붕괴돼 수십명의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고 다지은 벼와 채소작물이 폐허로 변했다.

경북도는 이에따라 14일부터 도청 전직원이 태풍피해 응급복구를 위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경북도는 한편 태풍으로 주택과 농경지 등에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해 지방세 비과세 또는 감면.기한연장.징수유예 등의 각종 지방세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으며, 피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운전자금 100억원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대구

태풍 '매미'로 인해 대구지역에서는 15일 오전 현재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으며 총456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고 대구시 재해대책본부는 밝혔다.

대구시 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13일 새벽 3시30분쯤 달성 유가면 음리 현풍천에서 이 동네 사는 곽남순(65.여.달성 유가면 음리)씨가 불어난 물에 가옥이 유실되면서 숨졌다. 이날 오전 8시50분쯤에는 달성 가창 우록리 소하천에서 갤로퍼지프차와 소나타승용차를 몰던 박종하(48.달성 가창 우록리)씨와 서호순(37.대구 황금동)씨가 차와 함께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시가 파악한 피해 현황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날 오전 11시쯤 대구 효목 1동 동촌유원지 내 금호강변 ㄷ식당 뒷마당에서 60대 여인이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여인은 160cm 정도의 키에 보라색 연꽃무늬 상의와 밤색바지 차림이었으며 상류에서 익사해 떠내려 온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날 밤 10시쯤에는 대구 공평동 대구문구센터 앞길에서 서 있던 정모(23.여) 유모(23.여)씨가 강풍에 쓰러진 가로수에 맞아 각각 척추와 왼쪽 다리가 부러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주택 9동이 전파되고 16동이 반파됐으며 722동이 침수됐다. 또한 9.4ha의 농경지가 유실 또는 매몰되고 814ha의 농경지와 3천400여두의 가축이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비닐하우스 307동이 침수되거나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가로수 175주가 쓰러졌고 신천 잠수교 3개소와 호안둔치, 금호강 둔치 시설물 1개가 유실됐다. 월성.이현배수펌프장과 화옥배수장이 침수됐으며 소하천 제방 9곳이 파손되는 등 공공시설에 147억여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성서공단내 37개 업체와 달성지방공단내 50여업체, 서대구공단내 50여 업체 등 대구지역내 137개 공장이 침수되거나 시설이 파손돼 모두 260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1부 (사진설명) 태풍 '매미'로 인한 침수피해를 당했던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지하상가에서 주민들이 인도로 옮긴 기기들과 가재도구 등을 물로 씻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관련기사--==>정전...강물 범람 우려...'공포의 밤'==>대구.경북 18만9천 가구 정전 사태==>< 대구.경북 태풍피해 이모저모 >==>태풍'매미'의 위력은 어느 정도였나==>산사태로 중앙선 열차 운행중단==>마산 수몰건물서 시신 8구 인양==>낙동강 제방 곳곳서 붕괴..침수==>수확 앞둔 농촌들녘 '쑥대밭'==>울릉경비대 전경 3명 파도에 실종==>봉화 산사태 매몰 일가족 중 1명 구출==>공장.원자재 침수...산업현장도 "폐허"==>택시 저수지 빠져 4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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