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자리는 융단폭격이 휩쓸고 간 전쟁 폐허마냥 논밭과 건물의 흔적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망연자실 넋을 놓고 앉아만 있을 수는 없는 형편. 15일에도 주민과 공무원, 군장병들은 아침 일찍부터 나와 쓰러진 작물을 세우고 가재도구를 정리하며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했지만 이들은 따가운 햇볕 속에도 연신 구슬땀을 훔쳐내며 쓰러진 벼와 나무를 세우고 부서진 집을 수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경북농협은 태풍 매미로 인한 농작물피해복구 지원을 위해 23개 시.군지부와 201개 회원농협 전 직원이 13일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경산에서는 14일 농협 임직원 100여명이 압량면 8농가에서 사과.배.대추 낙과수거 작업을 벌였다.
포항시는 14일부터 해병대의 협조를 얻어 장병 2천여명을 벼 세우기와 낙과 수거 등에 긴급 투입했다.
해병대 포항지역특정경비사령부는 태풍피해를 입은 포항.경주지역 수해복구 현장에 장병 2천여명을 투입해 폭풍으로 쓰러진 벼를 세우고 침수된 논밭의 배수로 정비작업과 찢어진 비닐하우스 복구 등 태풍피해 복구지원에 총력을 기울였다.
또 한전 포항지점은 13일 오후 6시를 기해 전기공급이 중단된 5만2천여세대의 전기공급을 재개했다. 또 가로수가 곳곳에 쓰러지고 간판이 부서져 어수선했던 포항 시가지는 14일 오후 평상시 모습을 되찾았다.
20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포항공단의 경우 이번 태풍으로 큰 피해가 없어 기업 관계자들이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포스코, INI스틸 등 추석연휴에도 생산라인을 완전 또는 부분 가동한 업체들은 태풍예보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사내외 취약지 점검을 마쳐 피해를 줄였다는 것.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은 14일 오후부터 크레인 등을 동원해 넘어진 가로수를 일으켜 세우는 한편 한전측에 파손된 가로등 정비를 의뢰하는 등 본격적인 정비작업에 돌입했다.
안동시도 직원 150여명을 비상소집해 피해가 집중됐던 길안면 송사.대사.묵계리에서 쓰러진 사과나무와 벼 세우기 등 농작물 응급복구에 나섰고, 안동농협도 긴급 직원동원령을 내려 피해농가를 지원했다. 또 향토부대로부터 하루 200여명의 장병을 지원받고 중장비 20여대를 투입해 본격적인 응급복구에 나섰으며, 부족한 복구인력 확보를 위해 '범시민 태풍피해농가 일손돕기 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김천시 지례면 등 들녘 곳곳에는 13, 14일 서울.경기.대구 등 외지 번호판을 단 승용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지난해 태풍 '루사'에 이어 또다시 큰 피해를 입자 귀성객들이 귀가도 미룬 채 복구에 나선 것이다. 한 귀향객은 "농사를 포기하려는 마을 노인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라도 귀가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청송군에선 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들이 동원돼 고추 수확을 거들었고 안덕면 등 과수원에선 귀가했던 도시 자녀들이 되돌아와 사과나무 세우기 작업을 벌였다.
영양군에선 주말 이틀간 포크레인 86대, 덤프트럭 28대, 청소차 16대 등 130대의 중장비와 공무원, 군인, 민방위대원 등 800여명이 동원돼 비지땀을 쏟았다.
영덕군 202개 마을 중 190개를 암흑으로 몰았던 정전은 15일 완전 복구됐고, 통신도 중장비 진입이 어려운 영해면 대리를 제외하고 개통됐다. 그러나 영덕읍-달산면 차량 통행은 지품면 신양교 교량상판이 내려앉아 15일 현재까지 통행을 차단하고 있다. 영덕군은 주말동안 500여명의 직원을 비상 동원했으며, 해안 5대대 장병 20명도 축산면에서 응급복구를 벌였다.
의성군은 구천면 미천제방 붕괴로 300여ha의 농경지가 침수된 미천.내산들 등 수해지역에 공무원 등을 투입, 응급복구에 나섰다. 또 15일 경북도청 공무원 50명, 군부대 장병 20명 등 70명의 인력을 지원받아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피해현장 곳곳에선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애를 태우고 있다. 청송.영양 등 일부 산간 마을에는 여전히 통신과 교통이 두절돼 복구는 커녕 정확한 피해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일부지역 주민들은 읍.면사무소를 찾아와 장비지원을 요청했지만 약속만 받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농작물이나 주택 피해 복구는 아직 엄두도 못낼 형편이지만 도로.통신.상수도 등 공공시설은 비교적 빠르게 제모습을 찾고 있다. 통행이 제한됐던 경북지역 도로 33곳 중 30곳의 소통이 재개됐고, 정전피해를 입은 15만2천가구 중 14만8천가구에 전기공급이 시작됐다. 사회2부 (사진설명)낙동강 지류의 제방이 무너져 침수된 경북 고령군 우곡면 도진마을에 투입된 제50사단 장병들이 14일 물에 잠긴 가재도구들을 옮기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관련기사--==>태풍'매미' 피해 지원.봉사 이어져
==>태풍피해 금융지원
==>재해키우는 전봇대.전깃줄 대구 지중화사업률 14%뿐
==>특별재해지역 조기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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