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해키우는 전봇대... 지중화사업률 14%뿐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정전사태가 해마다 되풀이되면서 전봇대, 전깃줄의 지중화 비율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초속 33m의 강풍으로 지역을 할퀴고 간 제 14호 태풍 '매미'로 인해 전봇대가 쓰러지거나 가로수가 전선을 덮치는 사례가 속출해 대구.경북 전 지역에 걸쳐 18만9천가구가 한꺼번에 정전사태를 맞으면서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전력 지중화 사업이 부각되고 있는 것.

또 지역 전력 송배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전력 대구지사가 긴급복구반 1천명에 복구차량 285대를 투입하고도 조기 복구에 어려움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부러진 나뭇가지, 바람에 휘날리는 간판, 도로 침수 등으로 대기 차량을 제때 투입하지 못한 때문으로 전력 지중화를 통해 이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전 대구지사에 따르면 현재 지역 지중화율은 14.0%에 불과해 배전 지중화율이 40% 수준인 도쿄와 100%를 넘는 파리, 런던 등에 턱없이 모자라고 서울(47.4%), 인천(26.5%), 부산(21.2%) 등지의 국내 다른 대도시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지중화율을 보이고 있다.

이때문에 이번처럼 강풍을 동반한 예기치 못한 자연 재해가 발생하면 또 다시 대규모 정전사태가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전력 지중화 사업은 오히려 더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전이 내년 배전 분할 민영화를 앞두고 분할회사의 이익을 높여 매각을 용이하게 위해 지상보다 20배 정도 공사비가 더 들어가는 전봇대 지중화사업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 한전 노조는 민영화 반대의 주요 근거로 지중화같은 공공사업에 차질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 오기도 했다.

대구 경우 월드컵, U대회 등 국제 행사를 맞아 도시 미관 개선을 목적으로 대구공항~동대구역~범어네거리~두산오거리와 월드컵경기장~반월당 네거리에 이르는 일부 구간의 전봇대가 지중화되긴 했지만 방재 시스템 차원의 포괄적 지중화 사업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 시스템은 대구시가 요구하면 한전이 사업 검토를 실시해 양자 합의하에 3대7의 공사비 비율을 부담해 지중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으로 체계적, 종합적 사업 수립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 내부에서조차 올초 모든 전봇대 및 송전철탑의 전면 지중화를 시 조례로 결정한 경기도 과천시처럼 대구시와 한전이 연구기관에 타당성 용역을 의뢰하고 중·장기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한전 관계자는 "대도시 특성상 지역 모든 전깃줄을 지중화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을 고려할 때 안전이나 미관상 꼭 필요한 장소에 한해 단계적으로 지중화를 실시해야 한다"며 "지중화 사업은 필연적으로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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