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하면 망한다'.
제조업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올들어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공장 및 생산설비 매물이 넘쳐나고 있지만 이를 매입하려는 기업은 드물어 중고 기계 매매가 자취를 감추고 있고 벤처 창업 및 신설법인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추석 전후 부도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더욱이 태풍 '매미'가 지역을 강타, 150여 업체가 침수, 파손, 토양유실 등의 피해를 입어 15일 현재까지만 300억대 규모의 손실을 내 올 하반기 지역 제조업경기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역 제조업체들은 똑같은 태풍임에도 일본 산업계는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제조업 전반에 걸친 정부 차원의 체계적 방재 시스템을 아쉬워했다.
추석을 이틀 앞둔 9일 오후 대구 북구청 부근 신제품 및 중고기계 매매 상가 밀집지역. 120여개의 상가 창고 곳곳엔 선반밀링, 프레스, 연삭기 등 20여종의 기계.금속 장비가 가득 쌓여있었지만 이를 매매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ㄷ기계 이모 대표는 "제조업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제 스스로 찾아와 기계를 팔겠다는 사람은 있어도 이를 구입하려는 업체들의 발길은 수개월째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각종 장비들은 제조업체들의 필수 생산설비로 지난해만 해도 한달에 4, 5개씩 1억원 상당의 기계를 팔아 왔지만 올해 경우 아직까지도 100만원 이상의 물건을 팔아본 적이 없다는 것.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기업 유휴설비를 매각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이트(www.findmachine. or.kr)도 사정은 마찬가지. 올 1월부터 운영돼 온 이 사이트 대구지역 코너엔 전체 58건 중 이달 들어서만 23건의 매각 정보가 올라 와 있었지만 매입 신청은 전무한 상태다.
이 사이트에 절삭기, 선반, 프레스 등 10여건의 매물을 등록한 북구 노원동 모 중고기계 매매업체 대표는 "2월달 매물이 아직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며 "아무도 제조업 장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우울해 했다.
올들어 제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창업 열기도 눈에 띄게 식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경북지역 신설법인 수는 116개로 전월 145개에 비해 29개 줄어들었고 지난해 같은기간보단 37개 감소했다.
8월말 현재 올해 신설법인은 1천167개로 지난해 1천499개에 비해 28.4%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중소기업청의 벤처기업 현황조사에서도 지난달 말 현재 지역 제조업 벤처기업은 417개로 지난해 같은기간 469개보다 11.1%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역 주력업종인 전기.전자(-18.4%), 섬유.화학(-17.3%), 기계.금속(-11.3%) 등 3개 업종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추석 자금난 등에 따른 경영 여건 악화로 부도 업체가 속출, 지역 중소기업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부도업체(당좌거래정지 기준)는 13일 현재 10개 기업에 달해 지난해 4개 업체보다 배 이상 증가했고 ㄷ광학, ㅎ건설, ㄷ식품 등 안경, 섬유, 건설, 유통 등 전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성서공단내 모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는 "하반기 국내외 경제여건이 다소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경기 호전에 앞서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며 "내수 판매가 지난해 대비 60% 수준에 불과한데다 수출길도 막혀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라고 우울해 했다.
성서공단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제조업하면 '애국자'라는 얘기가 헛말이 아니다"며 "원화강세, 주5일제 근무, 고용허가제, 소비심리 위축 지속 등 제조업 악재가 끊이지 않아 자의든 타의든 탈 제조업 현상은 당분간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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