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WTO각료회의 폐막-농산물 관세 대폭 인하해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 각료회의가 현지 시간으로 14일 오후 회원국들의 이견차이로 선언문 발표없이 폐막되자 전국의 농민과 농민단체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WTO는 당초 폐막을 하루 앞둔 13일(현지시간)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국가에 대해서도 농산물 관세를 대폭 내리도록 하는 각료선언문 초안을 마련, 한국대표단과 국내 농민들을 긴장시켰다.

특히 핵심 쟁점인 농산물 시장접근 조항에서도 선언문 초안은 관세인하 방식과 관련, 개도국에 대해 최소한의 감축률을 인정받는 특별품목(SP)과 일정 비율의 농산물만 제외하고 급격한 관세인하가 이뤄지는 스위스 공식(높은 관세를 더 많이 감축해 정수준 이하로 감축하는 방식)을 적용하거나 5% 이하의 저관세를 적용토록 했다.

이에따라 당초 초안이 최종 채택됐을 경우 향후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온 한국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 수입국 10개국(G-10)은 추후 개도국 지위가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일부 품목만 제외하고는 점진적인 관세인하 방식인 UR 방식(평균, 최소 감축률)을 적용받을 여지가 아예 사라지게 될 위기에 몰렸었다.

또한 UR방식을 적용받는 품목에 있어서도 저율관세의 무수입량(TRQ) 조항 때문에 관세인하와 수입량 확대가 불가피해질 상황은 뻔한 일이었다.

당초 우리 정부는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 UR방식 관세인하를 받는 농산품에 적용되도록 해놓은 TRQ를 삭제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WTO 초안에 관철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이 초안 선언문이 그대로 발표됐을 경우 마늘.고추 등 360%의 고관세를 비롯 100% 이상 고관세 농산품을 142개 품목이나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개도국 지위를 늘리고, 쌀을 비롯한 우리의 농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품목은 SP에 포함시켜야 하는 난제를 안게되는 등 우리 농업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우리 농산품의 관세 대폭 인하로 전면적인 농업시장 개방에 직면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 것. 이같은 정황을 종합하면 아직 협상이 완전 끝난 것은 아니더라도 멕시코 칸쿤 WTO 농업협상이 회원국들의 이견으로 결렬돼 선언문 발표없이 폐막된 것은 여간 다행스럽운 일이 아니다는 게 농민들의 입장이다.

오는 12월 15일 WTO 농업협상이 다시 재개될 예정이지만, 전국의 농민들은 우리 농업사수를 위해 농산물 수입국의 희생을 강요하는 관세상한 설정과 스위스 공식 적용, 저율관세물량확대, 대폭적인 보조금 감축은 철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관세와 보조금은 UR방식에 따라 점진적이고 신축적으로 감축돼야 하고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이 최대한 반영돼야 하고 개도국에 대한 식량안보와 농촌개발에 필요한 특별품목 허용, 관세와 보조금 감축에 있어 낮은 감축률과 긴 이행기간이 적용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농 경북도연합회 최태림 부회장은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농업협상이 비롯 결렬됐지만 우리 대표단이 주장한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고, "향후 협상에 우리 대표단의 참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더이상의 농업협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