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번에도 '人災'...'법적대응 불사' 분통

경북에서만 2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태풍 피해도 결국 인재라는 주장이 피해지역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수년째 태풍.홍수 피해가 반복된 김천.안동지역 주민들은 늑장대응과 땜질식 복구 때문에 빚어진 참변이라며 조직적인 대응까지 할 태세다.

작년 태풍 '루사'로 26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고, 4천100여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던 김천의 경우 민심이 극도로 날카로워진 상태. 마을 앞 율곡천 제방이 터져 농지 15ha가 매몰.침수된 김천시 남면 초곡리 주민 20여명은 13일 시청을 찾아가 항의했다.

주민들은 "태풍 루사로 터진 제방 복구시 하폭을 늘려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제방이 터졌다"고 주장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방 위로 물이 넘쳐 농경지 5ha와 주택 4동이 침수된 김천시 구성면 미평3리 주민들은 "복구공사때 제방을 높이지 않아 똑같은 수해를 입었다"고 당국을 비난했다.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상수도 수원지 앞 국도 35호선은 5년새 4번이나 유실됐다.

주민들은 "수십억원을 들여 흙을 치우고 도로옆 사면에 시멘트 바르고, 아스콘 포장하면 끝"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공무원들조차 "매년 되풀이되는 복구공사를 지켜보면 딱할 정도"라며 예산낭비를 지적했다.

청송읍 부곡리 달기약수탕 인근 마을도 작년에 이어 올해 다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주민 윤진동(54)씨는 "작년처럼 약수탕 아래쪽 부근 아치교에 나무가 걸리면서 불어난 물이 주변상가를 덮쳤다"고 말했다.

산간 오지마을에 대한 비상통신시설 설치도 매년 되풀이되는 헛구호다.

일가족 3명이 산사태에 매몰, 실종된 봉화군 소천면 회룡천리 솔안마을의 경우 신고까지 5시간이나 걸렸다.

의성군 구천면 미천제방 붕괴로 피해를 입은 이철식(63)씨는 "도대체 얼마나 죽고 다쳐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지 답답하다"며 "관련기관에 손해보상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정경구.이창희.김경돈.권동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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