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현배수장 관리부실...펌프 6대 중 5대 멈춰

대구 이현.상리동 주민들이 인근 이현배수장 관리 부실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펌프장 관리를 맡은 시설관리사업소는 펌프 배전판이 침수돼 가동을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늑장 대응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

주민들은 소형 공장 여러개가 밀집해 있는 이곳에선 ㄱ크레인 업체가 지게차.기중기.크레인 등 15대의 침수 피해를 입은 것을 비롯, 일대 화물차.중장비 50여대가 물에 잠겼고 공장 제품들도 침수돼 수십억원의 피해가 났다고 주장했다.

ㅅ섬유회사 김병규(43)씨는 원단 15t이 물에 잠기고 실 10t이 떠내려가 2억여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김씨는 뻘이 가득 찬 공장을 바라보며 "대책도 없어 암담할 뿐"이라고 허탈해 했으며, "배수펌프 6대 중 5대가 배전판 침수로 가동을 못했다고 하지만 물이 그 정도로 차기까지 관리직원들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 "대책위를 구성해 주민들의 피해 정보를 수집하고 시설관리사업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센터 소도영(45)씨는 콤프레셔, 배터리, 타이어, 오일 등 가게가 물에 잠겨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소씨는 "이곳에서는 지난해 큰 물이 졌을 때도 침수 피해가 없었다"며 "13일 낮까지도 가득찼던 물이 펌프 4대 가동으로 단 3시간여만에 빠진 것으로 미뤄봐도 태풍 당일 펌프만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문제가 없었을 것임이 저절로 증명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씨는 그런데도 구청 공무원들은 14일 낮이 돼서야 현장을 찾았다고 무성의를 탓했다.

광고물 자재 납품회사인 ㅇ업체 손광호(37)씨도 뻘에 묻힌 자재.기계를 마당으로 끌어내며 망연자실해 했다.

손씨는 "달서천 범람으로 강물이 2m 가량 밀려들어 현수막 원단, 아크릴, 컴퓨터용 현수막 필름 등 창고에 있던 자재 2억여원 어치가 못쓰게 됐다"며 "태풍이 며칠 전부터 예고됐었는데도 배수장을 그따위로 관리해 피해를 키운 것은 명백한 인재"라고 가슴을 쳤다.

아이스크림 도매점 하인헌(52)씨는 "냉동고와 그 속의 아이스크림 등이 침수돼 1억원 가량의 피해가 났다"고 했고, 의류제조업체 조상형(50)씨는 "오리털 점퍼 1천700여벌이 고스란히 물에 잠겨 4천800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탄했다.

슈퍼를 하는 류상열(60)씨는 "새벽 1시쯤 서구청에 전화했더니 '펌프의 기름이 떨어졌다'는 말도 안되는 설명을 하더라"며 "예고된 태풍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허둥지둥했다"고 비난했다.

펌프장을 관리하는 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12일 밤 11시20분쯤 펌프 전기판넬이 침수돼 겨우 1대만 수리해 가동했다"며 "450마력짜리 펌프 6대가 정상으로 작동했더라도 용량 초과로 배수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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