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나의 반에는 이런 애가 있었다.
다리도 절룩거렸고, 키도 작았으며 입은 옷도 고질고질했다.
게다가 정신적 성숙도마저 떨어지니 아이들이 바보라고 놀리기 일쑤였다.
할머니와 같이 생활하는 이 아이는 집도 무척 가난했다.
점심시간에 후식으로 귤이 나오면 먹지 않고 꼭 주머니에 넣었다.
왜 주머니에 넣느냐고 물어보니 할머니께 드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과일을 마음놓고 사먹을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아이도 있었다.
이 아이도 앞의 아이와 비슷해서 당연히 아이들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
이 아이를 가장 많이 괴롭히던 아이가 전학 가던 날 이 아이는 눈물을 흘렸다.
기뻐서가 아니라 자신을 가장 많이 괴롭혔던 아이였음에도 그 동안의 모든 일을 잊고 못 본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눈물을 떨군 것이었다.
하루는 이 아이가 남들이 말하는 '불량식품'을 사왔다는데 그 양이 너무 많았다.
왜 그렇게 많이 사왔냐고 물어보니 아이들이 자신과 잘 놀아줘서 고마워서 하나씩 주려고 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과자를 받아든 아이들의 반응이 참 의외였다.
이것도 과자냐고 비웃는 것이었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필자가 교사임에도 남들이 모두 바보라고 말하는 그 아이들에게서 오히려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십 수년 동안 필자에게 진한 감동을 주며 지나온 행적을 되돌아보게 한 것은 학자도 아니요, 성현도 아니요, 좋은 글귀도 아니다.
오직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조그만 것에도 감사하고 그것을 돌려줄 줄 아는 그들의 진심과 맑은 영혼이었다.
진심과 진심의 만남 만큼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이 어디 있으랴. 요즘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인생불학 여명명야행(人生不學 如冥冥夜行)'이라 했던가? 틀린 말은 아니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리라. 곡학아세의 무리가 넘치는 한 오히려 배우지 않음이 배움보다 나으리라.
필자는 많은 것을 배우길 원치 않는다.
단지 배운 것을 실천하게 되길 끝없이 염원하고 노력할 뿐이다.
인간 본연의 순수한 진심을 그대로 전할 줄 아는 아이들이 참다운 스승이다.
전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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