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람길 조성(하)-적극적 투자.연구…공감대 형성부터

'바람을 이용하라'.

자연의 찬바람을 이용, 도시열섬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불어내려오는 산바람이나 바다, 강 바람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여름철 뜨거운 도시의 밤 기온을 낮출 수 있고 정체된 대기의 흐름을 원활히 해 대기질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것.

대구의 경우 내륙분지 특성상 바다보다는 산이나 강 바람을 이용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포항의 바닷바람이 대구지역으로 불어오긴 하지만 경산, 수성구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바람길부터 찾아야

찬바람을 이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산이나 하천에서 도심으로 유입되는 바람의 근원지와 이동로를 찾는 게 관건. 바람길을 파악해야 환경 및 도시계획에 반영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계명대 대기환경연구소는 최근 대구지역 여름철 풍향을 관측, 전반적인 바람의 흐름을 알아내기도 했다.

조사 결과 밤시간대 팔공산에서 발생한 찬공기는 주로 동화천, 이언천을 따라 저지대로 이동하고 앞산에서 형성된 산바람은 대구 시내를 흐르는 신천과 중서부지역인 도원지 계곡, 경산의 남천 등을 따라 도시내로 내려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산바람이 대구도심을 통과한 뒤엔 현풍 등 낙동강 저지대를 따라 이동하며 오염물질을 교외로 운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환경연구소 김해동 교수는 "도시열섬현상을 줄이기 위해선 우선 대구의 전체적인 바람의 흐름과 도시로 유입되는 이동로를 분석한 뒤 바람길이 막히지 않도록 도시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바람의 이동로 분석과 함께 발생 및 이동 냉기류의 절대량과 이를 이용한 도시 냉각 효과 등 기본적인 연구부터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바람 뿐 아니라 도시 기후를 구성하는 기온, 습도 등 각종 인자에 대한 측정, 분석을 통해 도시기후분석도도 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풍향을 관측한 이번 기초 조사 외엔 바람길 조성을 위한 이렇다할 기초 자료나 연구가 없는 실정이다.

하천 등을 통해 내려온 차가운 산바람을 시가지로 유입시킬 수 있는 곳곳의 이동로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찬바람을 도심 깊숙이 끌어들여야 시가지 기온을 낮출 수 있기 때문. 이를 위해선 먼저 시가지로 유입되는 이동로를 찾아 낸 뒤 이 통로를 따라 공원, 가로수 등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이동로 주변으로 찬바람이 확산될 수 있도록 바람길 중간 중간에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도시계획에 반영돼야

찬바람 이용을 위해선 파악한 바람길을 도시 및 녹지 계획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도시, 녹지 계획에 반영돼야 바람길을 막는 무분별한 건축을 억제할 수 있고 바람길을 따라 공원, 가로수 등 녹지공간을 조성, 찬바람이 가열되지 않고 도시 깊숙이 들어가도록 할 수 있기 때문.

계명대 환경학부 김수봉 교수는 "기존의 공원과 수변지역을 적절히 활용하는 한편 파악된 바람길 곳곳에 가로수를 이중 식재하는 등 충분한 녹지축을 확보하고 필요에 따라선 건물 옥상 및 벽면, 아파트 단지내 녹화 등의 사업과도 연계해야 한다"며 "작은 지역 단위까지 찬바람이 효과적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동네별 녹지 조성도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간의 협력 체계도 구축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도시계획의 문제점 중 하나는 각 분야별 연계가 부족했던 것. 특히 바람길과 관련된 기후 연구는 지금까지 도시계획 과정에서 제외돼 왔고 대기상태에 대한 가장 초보적인 지식으로만 도시계획에 반영돼 왔다고 한다.

김해동 교수는 "바람길 조성을 위해선 기상, 조경, 건축, 토목, 도시계획, 행정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적극적으로 토론, 연구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위원회 구성이 우선"이라고 했다.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도시 및 녹지 계획을 수립할 경우 바람길을 우선 고려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필요한 것. 사전 조사를 통해 바람길을 막는 고층, 고밀도 건물 등 건물 신축을 억제하고 건축물 배치, 높이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친환경적 도시관리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건물 건축과 주택단지 조성시에도 공원, 도로 등 주요시설에 대한 입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도시장기발전 계획에도 바람길이 반영돼야 한다.

산이나 하천 주변에 지그재그 식으로 들어서 바람길을 막고 있는 아파트 등 고층.고밀도 건물에 대해선 당장의 조치가 어렵다 하더라도 장애 구조물을 없애거나 낮추고 건물 간 간격을 유지하는 등 바람길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 대책은 도시장기발전 계획에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바람길 조성, 어디까지 왔나

현재는 걸음마 단계지만 바람길에 대한 연구와 계획이 마련되는 등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는 2005년까지 지역별 바람길 흐름도를 작성하고 바람길을 막고 있는 고층 건물 입지 및 녹지축 현황을 파악키로 했다.

또 2006년까진 바람길을 막는 신축건물 억제와 고층.고밀도 개발 억제 등 바람길 조성을 위한 친환경적 도시관리지침도 마련할 계획이다.

대구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도 지난해 '대구지역 바람길 조성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시에 제출하는 등 바람길 조성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환경기술개발센터 김수봉 교수는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로 바람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기초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바람길에 대한 인식 및 저변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감대, 필요성 형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잖다.

그 중 하나가 공공의 쾌적한 도시 환경 건설과 시민들의 재산권 행사 제한 및 사유권 침해 간의 논란. 이러한 한계에 부딪혀 친환경적 도시계획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맑고푸른대구21추진협의회 류병윤 국장은 "도시계획법은 공공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법적인 범위 내에서 일정 정도 사유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사회 윤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시민 모두가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도시 건설을 위해 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형평성의 원칙과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법적 타당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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