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내가 동해를 다시 찾아갔을 때

바다가 잘 보이는 언덕바지에

맥문동 푸른 꿈 피어 있었다.

온종일 거기 서서 자줏빛 가슴 열고

아주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건 또 어떤 -이룰 수 없는-

사랑 같은 것이었을까

나는 불쌍한 맥문동의

오라버니쯤이라도 되는 듯이

그 곁에 오오래 서 있었다.

이정우의 '바다(6)' 부분

이정우시인은 신부님이시다.

하지만 그는 종교적인 시를 고집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초기 시들은 종교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요즈음 그의 시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이 시를 읽으면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사랑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다 보이는 언덕에 피어 있는 맥문동 그 보라색 꽃을 보며,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떨고있는 누이를 느끼고 또 지켜주려는 마음, 그 마음이 그를 사제로 이끈 것이 아닐까? 그의 눈에는 우리들이 너무 안타깝게 보이지 않을까?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