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로 두 딸을 잃은 40대 주부가 딸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사찰에서 기도를 하던 중 태풍 '매미'로 발생한 산사태에 묻혀 목숨을 잃은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 밤 9시쯤 경남 창녕군 창녕읍 송현리 도성암 요사채에서 김춘현(49.여.대구시 동구 불로동)씨와 신현숙(63.여.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씨 등 2명이 숨졌다.
이들은 시간당 90㎜가 넘는 기습 폭우가 쏟아진 이날 창녕 화왕산 기슭 도성암에서 불공을 마치고 사찰내 요사채에서 잠자리에 들었다가 산사태로 흙더미가 요사채를 덮치면서 변을 당했다.
특히 김씨는 두 딸을 지난 2월18일 대구지하철참사 당시 모두 잃었고, 이날 추석을 맞아 창녕 도성암에서 두 딸의 영혼을 달래주는 불공을 드리기 위해 찾았던 것. 결국 김씨도 이번 태풍에 목숨을 잃으면서 불과 7개월새 모녀 3명이 어이없는 참변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또 이날 유실된 요사채 옆방에서 잠들었던 혜공스님(43)은 덮고 자던 이불 속에 말린 상태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수마에 휩쓸려 150m를 떠내려가다 간신히 나무뿌리를 움켜잡고 급류를 탈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나기도 했다.
창녕.조기환기자 keehwa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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