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성공단 피해 왜 커졌나?

15일 찾은 대구 달성공단 산사태 현장.

피해 업체들은 태풍 '매미'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재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태풍 피해는 잘못된 도로 계획과 부실 공사가 피해를 더 키웠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 및 후속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복구작업 3일째를 맞는 이날 오후부터 군부대 장병 및 경찰까지 투입돼 복구가 진행됐지만 1m이상 쌓인 집채만한 바위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진흙더미는 여전히 피해 업체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명진사이징에서 에스케이텍스 부근까지 10여업체 300m에 이르는 구간은 아직도 200m이상이 돌무더기로 뒤덮여 거대한 계곡을 형성한 채 쉴새없이 물이 흘러 고지대 업체들이 추가 붕괴불안에 떨고 있었다.

구마고속도로진입로 부근으로 경사 30~40°의 오르막길을 형성하고 있는 이 일대 업체 중 위쪽에서 두번째에 위치하고 있는 대덕직물 정종택 상무는 잘못된 도로 계획에 불만을 터뜨렸다.

왕복 4차로인 저지대와 달리 고지대인 이곳은 왕복 2차로로 설계돼 복구작업에 지연을 겪고 있고 산사태 발생시 지하 공업용수 및 상수도 배관이 태풍으로 급격히 빨라진 물살과 바윗돌, 자갈 등을 견디지 못해 이 일대 업체들의 피해가 가장 클 수밖에 없었다는 것.

실제 이곳의 좁은 2차로는 덤프 트럭 1대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라 포클레인 단 2대만 투입 가능해 복구작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업체들은 15일 조해녕 시장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 복구 작업이 너무 더디다며 반대 방향에서 동시에 포클레인을 투입해 줄 것을 요구했을 정도.

업체 관계자들은 "교통량이 많지만 2차로로 설계돼 평소 차량운행 및 화물 수송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공장용지를 넓혀 더 많은 이익을 내려고 했던 도로 계획에 적잖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르막길 중간 부분에 위치한 에스케이텍스 황병환 사장은 너무 잦은 배관 공사도 태풍 피해를 키웠다고 했다

3년전 이곳에 입주했다는 황 사장에 따르면 매년 한 두차례씩 공업용수 및 상수도 배관 보수 및 교체 공사가 실시됐고 이 때문에 지반이 약해져 아스팔트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는 것.

이곳 업체들은 "태풍 매미는 기록적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초대형 태풍임에는 분명하지만 인재적 소지는 없는지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조사 결과를 업체들에게 공개하고 납득할만한 후속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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