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미래는 현재의 거울

필자가 잘 아는 어느 한 사람은 학창 시절에 남들이 '농띠'라고 부르는 사람이었다.

참고서를 산다고 해 놓고 술 마시는데 돈을 쓰고, 틈만 나면 노름을 했다.

집이 가난했으므로 참고서 비용도 만만찮은 돈이었지만 그의 모친은 어려운 와중에도 참고서 값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마련해주는 분이었다.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그는 방탕한 생활을 했던 것이다.

그에게 미래는 없었다.

십 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그는 결혼을 했고 결혼한 형이 있음에도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이유인즉 학창시절에 어머니에게 몹쓸 짓을 많이 한 것 같아서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지금부터라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해 드리고 싶어서라고 했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의 변화보다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10년 세월에 강산도 변한다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뿐만 아니다.

그는 직장에서 2교대 근무를 하며 한 달에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수입으로 자녀 셋을 기르면서도 매달 40만원 상당의 적금을 들고 있다.

그에게 미래를 보는 눈이 생긴 것이다.

그는 항상 미래를 생각하며 행동한다.

그러기에 그는 변한 것이다.

시간은 미래에서 온다고 했다.

미래를 꿈꾸지 않는 사람에게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현실의 자신을 채찍질하는 사람에게만 시간은 의미 있는 것이리라. 한순간에 발생한 태풍 '매미'로 일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너무나 많다.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다.

태풍 '매미'는 우리에게 시련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실제의 '매미'는 우리에게 한가지 시사점을 준다.

매미는 짧게는 1, 2년, 길게는 십 수년까지 땅 속에서 지낸다.

그 긴 시간을 오직 우화(羽化)하여 푸른 하늘을 날게될 날만을 꿈꾸며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한낱 미물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사람임에랴. 미래는 현재의 거울이다.

오늘의 아픔을 딛고 언제나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의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려고 애쓰는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는, 그러나 반드시 신천옹(信天翁)처럼 우아하고 힘차게 푸른 창공을 훨훨 날게되리라.

전종필 동명 동부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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