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전체가 물에 잠겨 하늘이 원망스러웠는데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복구를 도와주고 이젠 무료 진료까지 해 줘 다시 일어서자는 의욕이 생기네요".
매일신문사는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과 함께 20일 고령군 우곡면 수재민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와 복구 지원 활동을 벌였다.
지난해 9월 대구시의사회와 함께 수재지역인 김천에서 5일간 의료봉사 활동을 한데 이어 두번째이다.
이번에 찾은 우곡면은 태풍 '매미'의 여파로 제방 둑이 터져 주민들이 보트를 타고 대피했을 정도로 침수피해가 컸던 곳. 물에 잠겼던 논에 힘없이 쓰러져있는 잿빛 벼와 뿌연 흙먼지를 뒤덮어 쓴 집들, 아예 지붕이 날아간 집 등 수마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의사, 간호사, 약사 등 16명으로 구성된 동산병원팀이 진료소를 설치한 우곡면사무소 2층 회의실. 오전 10시부터 인근 마을 환자까지 몰려와 진료소는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다.
대기환자의 순서를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 일가친척의 안부를 묻는 주민들의 대화로 시끌벅적 했다.
부인과 함께 온 김태용(57.우곡면 도진리)씨는 "일을 하다가 팔을 다쳤지만 집에 물난리가 나고 교통이 두절돼 병원에 가지 못했다"며 "의사 선생님들이 직접 찾아와 공짜로 진료하고 약을 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사회복지시설 '들꽃마을'을 찾았다.
가톨릭대병원팀이 마당에 임시 진료소를 설치하고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의료진들은 정신 장애로 대화가 어렵고 반가움이 앞서 장난을 거는 환자들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지만 귀찮아하지 않았다.
지대가 높은 편인 이곳 사람들도 태풍이 온 다음 날 강물이 범람,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인근 성당으로 피했던 긴박한 상황을 겪었다고 한다.
가톨릭대병원 봉사단장 이태성 교수는 "물난리를 크게 겪은 다른 지역에 관심이 쏠리는 바람에 들꽃마을에 봉사의 손길을 미치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동산병원팀은 166명, 가톨릭병원팀은 118명 등 모두 284명을 진료했다.
환자 대부분은 눈병, 피부병, 감기, 노인성 질환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고 계속된 복구작업에 지쳐 몸살을 앓는 환자들이 있었다.
의료봉사와 함께 복구 활동도 펼쳤다.
동산병원팀은 면사무소 인근 논에서 벼 세우기 작업을 했고 가톨릭대병원팀은 들꽃마을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마당에 내놓은 가재도구를 옮겼다.
봉사단은 수재민들이 다시 용기를 찾기를 바라며 한나절 봉사의 아쉬움을 가슴에 품고 해질 무렵 대구로 향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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