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농업으로 발전하려면 과감한 농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멕시코의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제5차 각료회의가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지난 9월 14일 폐막되었다.
지난 94년부터 시행된 우루과이 라운드(UR)에 이어 새로운 라운드의 무역자유화 방안을 논의한 이번 회의는 선진국과 개도국,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 사이의 입장차이가 워낙 커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WTO의 새로운 라운드 협상이 타결되어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는 공산품의 수출은 크게 늘어나 제조업 부문은 유리하게 될 것이나, 농산물 수입개방의 확대로 농업분야는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농민단체들이 현지에 가서 반대시위를 벌였고, 심지어 어느 농민단체 대표가 자살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번 각료회의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서 앞으로 농산물 수입개방 압력이 없어지거나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초 예정했던 시행시기가 다소 늦춰지더라도 지금 논의 중인 새로운 라운드의 협상은 결국은 타결되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WTO의 협상타결에 실패한다면 앞으로의 세계무역 질서는 미국, EU 등 강대국이 주도하는 양자간 협상으로 구축되어 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더욱 불리하게 될 것이 명백하다.
당장 내년에는 UR 협상에 따라 쌀의 수입개방 문제를 재협상하게 되어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는 관세화에 의한 수입개방 대신 매년 수요량의 4%까지 쌀을 수입해 왔는데 10년이 지나면 다시 협상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비록 합의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에 의하면 각국은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크게 내리는 대신 극소수의 품목에 대해서만 고율의 관세를 허가하도록 하고, 지나치게 높은 관세를 막기 위해 관세 상한선을 설정하고 관세율이 이를 넘을 경우 낮은 관세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을 늘리도록 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산물 평균관세율은 64.3%로서 인도(124.3%)와 노르웨이(123.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특히 참깨, 마늘, 고추, 땅콩 등 107개 품목의 관세율은 200%를 넘는 수준이므로 관세율을 대폭 인하할 경우 우리 농민들의 피해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인 우리나라가 공산품은 수출하면서 농산물은 수입하지 못하겠다고 억지를 쓰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농업보호를 위해서 WTO 체제에서 탈퇴한다면 이는 곧 우리경제의 파산을 초래할 것이다.
앞으로 남은 협상에서 농산물 개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여야 할 것이나, 농산물의 개방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추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개방에 대처하려면 우리의 농업을 경쟁력 있는 농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하여는 과감한 농업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노령자 위주의 영세농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전문 기업농을 육성하여 영세농이 경작하고 있는 경지를 이들 기업농에게 넘겨주도록 하고, 농업에서 손을 떼는 농민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해주어 농사를 짓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대폭 줄이되 농촌에 거주하는 인구는 늘어나도록 농촌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득이 늘어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농약을 쓰지 않은 쌀, 야채, 과일 등 고급 농산물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소비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므로, 이러한 특수 작물 재배를 확대함으로써 외국의 값싼 농산물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산물 수입개방 확대라는 위기를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도록 정부와 농민 모두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김병일(전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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