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IST(디키스트) 법안이 국회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 국회 본회의 통과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자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의 초대원장 후보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초대원장' 후보에 대한 어떤 공식적인 논의도 없었고, 그럴 단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속적인 관심사에 따른 구설수는 피할 수 없는 셈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그룹은 박동수 전 경북대 교수와 전무식 전 KAIST 교수, 백운출 광주과기원 초대학장, 최영환 전 과기부차관을 비롯한 원로그룹. 이들 그룹이 정치권과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DKIST 초대원장 자리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억측이 나돌고 있다.
박동수 전 경북대 교수는 사석에서 "DKIST 원장은 지역인사 보다는 해외를 포함한 외부에서 적임자를 모셔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뜻이 없음을 시사했지만, 나머지 인사들은 향후 원장 후보군으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그룹에서 초대원장으로 선임되기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박동수 전 교수 등은 DKIST(가칭)의 명칭을 '박정희 연구원'으로 하자고 제의했다가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을 받은데다, 설립방향을 '노벨상 수상자를 낼 수 있는 기초과학중심의 종합연구소'로 주장해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권 산업구조의 첨단화를 위한 R&DB(연구.개발 및 산업화) 허브(hub)로서 DKIST를 주창한 혁신성향의 소장파 과학기술인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기초과학'과 '노벨상'이 물론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이 아닌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발의해 새로운 '법'을 만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DKIST 설립을 반대해 온 인사들이 주장한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의 기능중복을 오히려 뒷받침해 줌으로써 '반대파'의 입지를 강화시켰다는 곱지않은 시각도 있다.
영남권 R&DB 네트워크 허브로서 DKIST를 설립한다면, 원로라는 '나이'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상당수 과학기술인들은 "현대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 추세와 주기로 볼 때, 특히 산업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연구기관의 경우 연구책임자들이 시대감각을 그대로 체화시킬 수 있을 만큼 젊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DKIST의 초대원장도 50대 중.후반에서 많아도 60대 초반을 넘기지 않은 인물 중에서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구테크노파크 사업단장을 역임하고, ASPA(아시아사이언스파크협의회) 회장, DKIST 설립을 위한 연구모임 위원장 및 국가균형발전위 지역혁신팀 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종현 경북대 교수도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DKIST 초대원장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산학협력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쌓아왔고, 지역사회와 산업현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중 한 사람이며, 활동하기에 가장 적합한 50대 중반 나이도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이종현 교수는 "당초 기대한 것처럼 DKIST가 성공적으로 설립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아이디어와 구상을 정리해 제시하는 것으로 임무는 끝난다"며 "구상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DKIST법 통과 이후 설립될 추진위원회 등에서 결정할 일이고, 그후에는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교수로서 경북대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종덕 서울대 교수도 은연중에 회자되고 있다.
경북대 교수를 지내기도 했던 이 교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전신인 KIET의 창립멤버이면서 한국반도체연구소를 최초로 설립하고,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설립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토대를 구축한 인물. 디스플레이학회 회장을 맡았을 때 아미드(IMID: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 및 전시회)를 서울이 아닌 대구에서 열릴 수 있도록 결정적 기여를 하기도 했다.
정치색이 없는데다 산업현장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DKIST 초대원장 후보군이 국내에만 제한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역의 많은 과학기술인들은 "정치적인 인물들이 정치적 배경을 업고 조직과 기관을 망치는 일이 빈번한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DKIST를 성공시킬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적임자가 있다면, 해외에서 영입해 오는 것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DKIST 초대원장 논의에 있어 '지역이냐' '국내냐' '해외냐'는 본질이 아니다.
DKIST의 목적과 목표, 그리고 전략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면, 그는 어느 곳에 있든지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DKIST의 초석을 놓을 핵심인물인 초대원장이 가져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미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비전'과 정치적 영향이나 친소관계에 의해 대의를 그르치지 않는 '공평성'과 '용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과 열정이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 하다라도 DKIST를 제대로 끌고 가지 못할 것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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