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三喜聲.三惡聲

'삼희성(三喜聲)'이라는 말이 있다.

옛 사람들은 '다듬이 소리' '글 읽는 소리' '갓난아이의 우는 소리'를 마음을 기쁘게 하는 세 가지의 소리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농.어촌에서는 그 말이 옛이야기 속으로 들어간지 오래다.

노부모만 남기고 젊은이들은 거의 도시로 가버렸기 때문에 아이들의 우는 소리, 책 읽는 소리는 물론 며느리 혼자서나 고부(姑婦)간 장단을 맞춰 곱고 정감이 넘치는 소리를 냈던 다듬이질도 사라진지 까마득해졌다.

고작 설이나 추석 명절 때 고향을 찾는 '민족 대이동'의 물결이 적막한 농.어촌을 잠시 떠들썩하게 할 뿐이다.

▲그런가 하면, 도시는 어떤가. 신문의 사회면은 연일 교통 사고, 화재, 도둑과 살인 소식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젊은층.소가족 사회의 도시에는 듣기 싫고 흉한 소리들인 '삼악성(三惡聲)'으로 들끓는다.

사람이 죽었을 때, 불이 났을 때, 도둑이 들었을 때 외치는 소리들이 이어진다.

그래서 이젠 농.어촌에서도, 도시에서도 우리의 마음을 기쁘게 하던 '삼희성'은 사라져버린 세태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역별 고령화와 인구 불균형 현상이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분류되는 시.군.구가 지난 2년 동안 무려 11.5배가 늘어난 23곳이며, 평균연령이 40대인 경우도 50%나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인 지역이 2곳(경남 남해.의령군) 밖에 없었던 2000년과 견줘봐도 엄청난 증가 추세다.

▲한편 전국 평균연령은 2000년 33.2세였으나 지난해는 34.1세로 높아졌다.

평균연령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 의성군으로 44.8세나 되며, 경남 의령군(44.5세).남해.합천군(44세), 전남 신안군(43.9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면 가장 낮은 곳은 울산 북구로 29.2세에 불과하고, 경기 시흥시(29.6세), 광주 광산구(29.8세), 경기 안산시와 경북 구미시(30세) 등이 그 다음이다.

또 평균 연령이 40대인 시.군.구도 2000년 36곳에서 지난해 53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유엔 인구 유형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된다.

농.어촌은 이제 대부분 도시보다 훨씬 먼저 무기력하고 늙은 '초고령 사회'가 돼 가고 있으며, 논밭을 갈고 지킬 젊은이들은 거의 떠나버려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

우루과이 라운드, 국제통화기금 사태 등에 이어 뉴 라운드에다 태풍 피해 등 엄청난 재앙도 겹쳐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국토 불균형 현상이 날로 속도가 붙는 '삼악성' 시대를 헤어날 길은 정녕 안 보이는 것일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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