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기회는 균등하게 주지만 그 결과도 균등하게 나누어 갖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빈부격차는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빈부격차 심화는 사회 안정성을 위협한다.
우리나라도 근대화와 경제개발 과정에서 많은 부자(富者)와 빈자(貧者)를 만들어냈다.
부자와 빈자는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사회에는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한 마을에 부자와 빈자가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
농업사회에서 부자는 할 일이 많았고 빈자는 할 일이 없었다.
부자가 할 일을 빈자가 하고 그 대가를 받아 생활하였다.
오늘날에도 부자가 할 일을 빈자가 하는 사회구조는 변함이 없지만 부자와 빈자는 더 이상 같은 마을에 살지 않으려 하고 함께 살 수 없게 되었다.
서울 강남은 이제 부자만 사는 마을이다.
집값과 전세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아파트 시세가 평당 2천만원을 넘고 있다.
그 살기 좋다는 서울 강남아파트를 서민들은 도저히 살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그 주변에서 살아야 하고 그 주변도 조금씩 강남 흉내를 내니 더 멀리 가서 살아야 한다.
그래도 사람이 많은 곳에 가야 먹고 살 만한 일거리도 많으니 근처라도 맴돌아야 한다.
그러니 인구집중과 교통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수도권 중심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강남에 몰려있다.
오늘날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자녀교육을 위한 가장 훌륭한 시설이 강남에 있다.
모든 편익시설도 강남에 가장 많다.
극장이나 예술공연시설도 가장 많다.
심지어 젊은이가 좋아하는 연예인도 강남에 제일 많이 살며 룸살롱 같은 유흥업소도 강남에 가장 많다.
인권침해라는 비판도 있지만 뒷골목마다 설치한 CCTV가 주민을 지켜준다.
온갖 귀하고 신기한 새 상품은 강남을 제일 먼저 겨냥한다.
강남에서 뜯어낸 보도블록을 다른 구에서 가져가 쓴다.
이런 현상은 서울에만 있지 않다.
우리나라 모든 대도시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에선 수성구가 서울 강남격이다.
서울 강남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수성구 아파트 분양가는 사실상 평당 1천만원선이다.
이제까지 추세로 보면 주변 아파트 시세도 곧 이 수준에 다다를 것이다.
주변 다른 구의 아파트 시세는 평당 50만원도 안 된다.
지역불균형 현상이 대구에서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수성구가 다른 구에 비해 교육환경, 주변환경, 교통, 편익시설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종 대책으로 아파트 가격이 특정지역 중심으로 뛰어오르는 현상을 막아보려고 애쓰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아파트 재건축 소형 평형 비율 의무화, 분양권 전매 금지 등 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대책이 쏟아졌다.
아파트 시세정보 제공업체에 따르면 최근들어 약간 진정기미를 보이고는 있다고 하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그래서 정부가 생각한 또다른 대책이 신도시개발이다.
과거 수도권에서 일산과 분당을 개발하고 10년쯤 지나자 그 효과가 나타났었으나 고교평준화로 다시 강남이 중심이 되었다.
판교와 같은 신도시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는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심지어는 학원단지 설치도 고려하고 있다.
주택은 인간 주거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품이다.
비록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이지만 공공성이 있는 재화다.
정부는 이러한 이유로 주택시장에 개입한다.
그렇지만 방침(方針)은 없고 대책(對策)만 있다.
대책만으로는 시장개입은 실패한다.
대책은 어떤 일에 대응하는 방책으로 어떤 현상에 대한 임시 수단이다.
방침은 일을 처리할 방향이나 계획이다.
대책은 과거지향이지만 방침은 미래지향이다.
대책이나 방침을 세우는데는 모두 어떤 규범이 필요하다.
규범은 행위나 판단의 기준이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주택정책의 규범과 방침은 무엇인지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재만(대구대 교수.도시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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