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섬진강 하동군 매계리

계단식 논 가운데 눈빛 모은다

까치집 올려보며 밤꽃 떨어지는

소리에 숨을 몰아 쉰다.

철조망 속에 닻을 내린 일생

툰드라의 그리움 하나씩 삼키며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버틴다.

어디서 돌 구르는 소리에 놀라

섬진강 낮달 허리 붙잡고

기억에도 없는 고향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유환의 '사슴 농장' 부분

이유환 시인은 참 여리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상대방이 상처받는 마음을 걱정하는 참으로 착한 시인이다.

성격이 조금 급하긴 하지만….

우리에게 사슴이라는 동물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일반적으로 흔히 일컫는 동물들에 비해 신성한 느낌이다.

이 시는 사슴을 보며 그 큰 눈 속에서 툰드라의 바람과 눈발을 맞는 시인의 감성이 돋보인다.

사슴은 언젠가 시인에게 선녀가 목욕하는 곳을 말해줄 것이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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