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사흘째를 맞은 24일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이 무려 201명이다.
정무위가 121명, 재경위가 32명을 무더기로 증인 채택했다.
감사가 진행되면서 얼마나 늘지 알 수 없다.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구속된 윤창열씨는 법사, 정무, 건교위 3개 상임위에서 증언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은 민주당과 국민참여통합신당의 분당으로 기댈 언덕이 없어진 마당이라 단골 증인이 됐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내달 6일 법사위와 재경위에 동시에 증언토록 돼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태다.
노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는 부동산 투기의혹과 관련해 정무위와 재경위 증언대에 선다.
노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도 나라종금 퇴출로비 의혹사건과 관련, 정무위와 재경위에서 증언을 한다.
이같은 증인 홍수는 일단 불러놓고 보자는 식의 의원들의 '욕심'이 근본 원인이다.
특히 기업관계자의 경우 국감 때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으면 후원금도 내지 않는다는 게 의원 보좌관들의 귀띔이다.
때문에 증인으로 불려와서도 국감이 진행되는 긴 시간동안 한마디 증언도 하지 않는 증인들이 대부분이다.
23일은 의원들이 증인들로부터 수모를 당했다.
어쩌면 의원들이 무더기로 증인을 채택해 놓고 정쟁만 일삼다 자초한 수모인지도 모른다.
정무위가 노 대통령 후원회장인 이기명씨의 용인 땅 투기 의혹을 문제삼아 23일 증인으로 출석토록 했으나 이씨는 "국회의 출석요구서가 늦었다"며 거부했다.
이날 수모의 압권은 대구U대회 북한기자 폭행사건의 책임 소재를 가리려 한 행자위. 통합신당 송석찬 의원이 보수단체 대표인 서정갑 예비역대령연합회장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을 고발한다고 말하는데 도대체 통일관이 뭐냐"고 물은 게 화근이었다.
송 의원은 발끈한 서 회장으로부터 "당신이 국회의원이냐"는 고함을 들어야 했다.
이를 지켜보던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씨는 "이같은 고성은 평양에서 듣고 처음이다"며 "나는 퇴장한다"는 말을 남기고 목발을 짚고 감사장을 빠져 나갔다.
국제 망신살이다.
국회에 많은 사람을 출석시키려 의원들이 골몰하는 것은 평소에도 그렇다.
상임위 때도 각 부처 간부와 산하단체장까지 70~80명 이상을 출석시켜 답변장에 모두 앉지 못할 때도 잦다.
의원들은 그러나 줄기차게 장관에게만 묻는다.
이 때문에 차관이하 간부와 산하단체장들은 운 좋아야(?) 장관이 모두 파악할 수 없는 수치를 알려주는 역할이라도 한다.
간부들이 수시로 국회에 불려다니는 바람에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중요한 의사 결정의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는 일인데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정이 잘못되면 의원들은 정부를 질책, 추궁하면 그만이란 식이다.
의원들이 폴러첸씨에게 한심한 꼴을 보인 것을 부끄럽게 여겨 이참에 증인 채택을 남발하는 악습을 버리면 어떨까. 쉽진 않겠지만 그래야 태풍 난리 속에 예의 정쟁을 벌이는 국감에 국민들이 덜 허탈해 할 듯하다.
최재왕(정치2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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