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살아야겠지요".
폐암으로 병상에 누운 박판오(52.대구 지산2동)씨는 아들(18.고3)의 손을 잡고 안타까운 눈물만 흘렸다.
20여년 가까이 일용직 건설 근로자로 근근이 가족의 생계를 이어온 박씨가 청천벽력과도 같은 폐암선고를 받은 것은 지난 1월. 잦아진 기침으로 보건소를 찾았지만, "큰 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으라"는 처방이 내려졌다.
검사결과 폐암3기. 건축일을 하는 동안 불규칙한 생활로 쇠약해진 건강에다 IMF때 건설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병상에 드러눕게 되자 그나마 수입이 되던 조적(벽돌쌓기)일도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2차례에 걸쳐 한 달 넘게 병원에 입원하느라 병원비만 350여만원이 나갔다.
"몸이 아프고 나서야 가족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후회됐습니다".
박씨네는 해당 복지관에 '위기가정'으로 추천될 정도로 극빈한 가정이다.
박씨가 병에 걸리면서 가정형편을 고려해 기초수급 2종에서 1종 수급권자로 변경됐다.
불운은 일찌감치 박씨네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정신장애를 가진 아내(46)는 늘 약을 복용하고 있다.
예전에 약을 걸렀다가 상태가 더욱 악화되기도 했던 아내는 그런 상태인데도 돈을 벌기 위해 파출부 일을 나갔다고 했다.
이젠 이마저도 그만둔 상태다.
현재 2남매를 둔 박씨네의 유일한 수입은 정부에서 지원되는 생계급여비 30만5천원과 고교 졸업후 친척의 소개를 받아 회사경리로 일하고 있는 큰딸(20)이 벌어오는 60만원이 전부. 하지만 월세 20만원을 내고,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아들(18)의 학원비를 내고 나면 한 달 생활이 힘겹기만 하다.
매월 4, 5차례 파티마 병원 암센터에서 약을 배급받고, 검사받느라 드는 5만원도 박씨에겐 버겁다.
박씨는 구차한 사정이라며 더 이상의 자세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식들한테나 집사람한테 해준 것이 없으니 뭘 바라겠습니까? 다만 애들이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좀더 나은 생활을 했으면 합니다". 박씨는 자신의 건강에 대한 별다른 바람은 말하지 않았다.
도움주실 곳:지산종합사회복지관 053)781-5156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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