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노벨 수상자 가운데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만큼 화제가 된 인물은 없으리라. 일본 한 중견 기업의 말단 주임인 그가 지난해 10월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사건'은 일본 전역, 아니 전세계 언론에 대서 특필됐다.
학사 출신의 평범한 연구원인 다나카는 1985년 실험실에서 비싼 원재료인 코발트에 글리셀린을 잘못 섞는다.
그러나 이것은 그에게 노벨상의 영예를 안겨준 운명적인 실수였다.
그는 포스트 게놈 연구의 토대가 되는 생체고분자 해석 방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받는다.
다나카는 자신의 실험실을 찾아온 우연을 그냥 흘려 보내지 않았다.
우연을 경시할 필요가 없으며 우연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다나카의 사례는 일깨우고 있다.
노벨상 수상 이후 일본 국민들은 다나카에 열광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연일 매스컴을 장식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일본은 다나카 고이치라는 천재를 발견해내지 못했다.
그는 지방대 출신으로 대학원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고 일류 대기업 직원도 아니었다.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언론의 취재 요청이 빗발쳤지만 그가 다니는 시마즈 제작소의 홍보실 직원들은 그가 누구인지도 몰라 허둥댔다.
저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오토미 히로야스는 최근 펴낸 '다나카 고이치, 자신을 경영하는 생각의 기술'을 통해 '천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일본 기업의 구조적 열악성에 일침을 놓는다.
이 책은 오토미 히로야스가 100여 차례에 걸쳐 다나카 고이치를 인터뷰한 뒤 집필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다나카 고이치에 대한 평전이라기보다 일본 기업문화에 대한 자기 비판서에 가깝다.
저자는 "천재는 시스템이 키운다"고 전제하며 일본 기업문화와 CEO들에게 메스를 들이댄다.
일본 입장에서 볼 때 다나카 고이치는 우연히 그것도 노벨상위원회가 찾아준 천재이다.
저자는 외부에서 찾아준 천재를 그냥 받아먹어서는 일본의 미래가 없다고 단언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CEO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천재는 시스템이 키우지만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CEO라는 것이다.
CEO와 천재가 결합될 때 사회나 기업의 활력은 넘쳐난다는 점을 저자는 50개의 키워드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일본에 대한 비판서이지만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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