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꼬마 시인들

어린아이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재잘대는 말 속에는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실컷 웃게 만드는 순수함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대화'의 순우리말은 '마주이야기'이다.

수년간 마주이야기 교육을 실천한 분이 유치원아이들의 마주이야기 시를 모은 '침 튀기지 마세요'라는 책이 있다.

서로의 말을 들어주고 알아주고 함께한다면 우리들의 생활에 풋풋한 물이 올라 더욱 힘이 생긴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낀다.

흔히 요즈음을 대화의 두절시대라고 한다.

40대의 학부모는 아이들의 입시전쟁에 보초를 서는 것 같다면서 클수록 도통 말하려들지 않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 못해 허탈해 하기도 한다.

또한 노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말동무가 없는 노인들이 외로워하고 있다.

서로 서로 마주이야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리라. 이 책을 보며 어린아이들이 평소에 했던 말을 삐뚤삐뚤 쓴 글과 우스꽝스럽도록 꾸밈없이 그린 그림 속에서 순수함을 배우고 웃음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누구랑 마주보고 하는 입말 하나하나가 반짝이는 시어가 되어서 어른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깜찍한 시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 속의 꼬마시인들을 만나보자.

"엄마! 안 사 줘도 되니깐요 한번 보기만 하세요". "너 또 인형 사 달라고 하면 매 맞을 줄 알아! 알았어?" "근데 엄마! 제 얼굴에 침 튀기지 마세요".

'목하고 엉덩이하고는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 목이 아프면, 목에다 주사를 맞아야 되는 것 아니야. 목하고 엉덩이 하고 상관이 없으면, 목이 아픈데, 왜 엉덩이에다 주사를 맞는 거야?' 이처럼 맘속에 쌓인 것들을 토해내면서 관심이 어우러져 자신감이 생기고 더 친해지게 마련이다.

30년간 유치원에 몸담은 박문희 선생님이 엮고 순수한 우리말에 열정을 쏟으셨던 이오덕 선생님이 풀이를 하신 특이한 책을 통해 마주이야기는 이제 아이에게뿐 아니라 우리의 가족, 친척, 이웃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이 되면 더욱 좋겠다.

김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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