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피땀을 흘리며 대응을 하지만 근본적으로 과학적인 대비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피해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매년 홍수를 겪고 있고 대형 화재와 붕괴사고도 적지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방재관련 과학기술 지원은 마땅한 연구시설 하나 없이 전무한 실정이다.
일본은 평소에도 방재기술 연구에 상당한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고베 대지진을 겪자 과학기술회의에서 고베 대지진을 경험 삼은 지진방재에 관한 연구개발 추진이라는 특별계획을 세웠으며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우리도 피해 보상이나 복구공사 수준에서 재난에 대비하지 말고 과학기술력을 올리는 등 근본적인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재난극복' 과학의 힘으로=지난 1963년 쓰쿠바시에 문을 연 방재과학국립연구소(쓰쿠바 연구소)는 일본의 대표적인 재해연구기관이다.
지진.화산.눈.산사태.수해 등 모든 종류의 자연재해에 대해 연구, 일본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방재정보센터와 지진방재센터.스페셜 프로젝트 센터를 운영중이며 현재 10여개의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이를 위해 대지진 시뮬레이터, 대규모 강우 시뮬레이터, 풍향 실험실, 해상관측 타워 등 4개의 자체 실험실을 운영중이다.
특히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재해 관련 연구가 새로운 방향찾기에 나섰다.
그동안은 재난 발생때 절대 무너지지 않는 건물설계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무너져도 안전하게 무너진다'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 지진.수해가 발생해도 건물이 안전하게 무너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또 재해의 예보기능보다는 재난에 관한 전반적인 기초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3차원 진동대가 달린 지진재현 실험실 등을 갖추고 지진의 장기 예측에 나서고 있으며 지진 피해예상도 등을 만들고 있다.
지진재현 실험실에서는 진도 7까지의 실제 지진 실현이 가능하며 실물 크기의 건물에 대한 실험이 가능하다.
더구나 지진발생정보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전국의 지진관련 정보를 24시간 모니터할 수 있는 모니터 룸을 설치, 지진의 강도.진원.단층영상 등을 입체영상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홈페이지(www.bosaj.go.jp)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또 대형 강우 실험실을 설치, 비로 인한 홍수.산사태.지반침식 등의 연구를 수행중이다.
길이 75m, 폭 50m, 높이 20m에 이르는 이 실험실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이 곳에서 얻어진 실험결과가 실제 고속도로 건설 등에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 재해 예방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 과거의 재난 정보와 미래 예상정보 등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재해에 관한 사회 시스템 연구 등 재해에 관련된 전반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소 오카다 기획부장은 "연간 예산 1천230억원, 총인원은 112명으로 다른 연구기관에 비해 소규모지만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방재 관련 연구기관으로 손꼽힌다"고 자랑했다.
◇최첨단 자동 방어시스템=일본의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최첨단 과학기술을 활용, 재해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효고현이 자체개발한 '피닉스 시스템'은 지난 1995년 고베지진 이후 지진과 홍수.태풍.해일 등 모든 종류의 재난에 대해 관계공무원뿐 아니라 전체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첨단 시스템이다.
지진.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피닉스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특히 진도 4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예상 피해상황을 산출.제공하고 재해대책요원들이 보낸 각종 재난 관련 정보를 종합, 보다 정확한 피해규모를 산출한다.
또 피해 정도에 따라 필요한 인력과 장비, 이재민들에게 지원할 식량과 각종 비상용품 수량 등을 자동으로 산정한다.
아울러 재해대책본부가 재해의 발생단계부터 수습단계까지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각 지역에서 수급이 가능한 자원과 인력의 현황도 함께 파악해준다.
재해피해 상황 수집과 산정 등에 들어가는 인력을 피해자 구조작업이나 복구작업 등으로 돌릴 수 있는 것도 피닉스 시스템이 가져다 준 덤.
효고현 관계자들은 "재해 대책의 가이드 역할을 담당하는 피닉스 시스템의 구축으로 재해에 대한 자동방어 시스템이 마련된 셈이다"고 자랑했다.
◇재해기관 과학화 '앞장'=만약 재난이 발생할 때 재난관리에 일차적으로 나서야 할 재난대책기관이 먼저 피해를 입어 기능이 정지된다면 주민피해는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본은 중앙정부와 도.부.현 재해대책본부가 설치된 모든 건물과 소방서 건물들을 진도 6, 7 강도의 지진은 거뜬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고베시의 '재해대책빌딩'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만들어진 최첨담 방재 건물로 대형재난이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고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진도 7 이상의 대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내진설계되어 있고 정전에 대비, 하루 400킬로암페어(㎄)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비상용 자체 발전기를 2대나 보유하고 있다.
이 건물의 하루 평균 전기사용량은 315㎄로, 1대만 가동해도 사흘 이상 건물 전체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셈. 또 자체 지하관정을 개발해 하루 1만명에게 식수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본의 각 소방서도 정전시 3일이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자체 발전기를 갖추고 재난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또 지진.태풍 등 재해가 발생할 때 피해가구.사망자수.화재 건수 등 모든 피해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동으로 구축, 피해자 구조 등 초기 대응에 활용하고 있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인간을 위협할 지 모르지만 과학의 힘으로 예측이 가능하고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는 방재과학국립연구소 사라키 호리씨는 "엄청난 재해 복구비용을 감안한다면 방재연구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방법"이라며 "재난이 발생하고 난뒤 피해복구에 나서는 등 뒷북만 치지 말고 과학기술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당당하게 재난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사진:일본 기초과학연구소내의 모니터룸. 전국의 지진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해외관측망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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