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할일 않는 지역 의원들

국정감사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국회 의원회관은 밤 늦도록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한건' 해서 '뜨려는' 의원과 의원 보좌진들이 밤샘까지 마다않고 일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실을 둘러보면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들춰보고 질의와 보도자료를 만드느라 북새통이다.

아예 회관에서 식사를 해 음식 냄새가 진동하는 의원실도 있다.

하지만 지역 의원들 가운데엔 정적감이 돌고 있는 곳이 많고, 낮에도 지금이 국감기간이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로 한산한 방도 적잖다.

윤영탁 교육위원장, 신영국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실은 위원장이라 질의할 일이 없으니 그래도 이해가 간다.

사법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구설수에 올라 있는 김찬우.박재욱.임진출 의원도 활발한 의정활동을 벌이지 않아도 그냥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사정도 없으면서 일을 하지 않는 의원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업(의정)에 뜻이 없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학업에 뜻이 없는 의원이 타지역이라고 없는 것이 아니지만 유독 지역에서 많은 듯해 안타깝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는 대구.경북을 위해 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찾아보면 무수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이런 현상이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최근 한나라당 소장파들이 용퇴 대상자로 꼽은 60대 이상과 5.6공 세력에 지역 출신이 많은 것이 우연이 아니다.

특히 대구 지역구 의원의 경우 당 대표까지 출마한 중진으로 대권까지 꿈꾸는 강재섭 의원이 55세로 나이가 가장 젊다.

덕분에 대구 의원의 평균 나이가 전국 최고령이다.

또 스스로 거물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의원들은 정부의 잘잘못을 시시콜콜 따지면 체통이 서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감지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 지역에서 들리는 소리는 묘하다.

의원간에 출마지역이 겹치는 몇곳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의원은 선배 의원을 전국구로 추대하고 자신이 출마한다고 하고, 나이 많은 의원은 무슨 소리냐며 지역구를 고집해 신경전이 한창이라고 한다.

현역 의원이든 새로 정계에 입문하려는 새내기든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지역을 위해 희생할 열정과 능력이 있는지 되돌아 보고 진로를 결정하라고 요구하면 무리일까. 17대 지역의원들은 하나같이 열심히 일해 국가와 지역 발전이 조금이라도 앞당겨지고, 이슈파이팅이 활발해 개인적으로 쓸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최재왕기자 정치2부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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