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생생하게 드러낸다'. 백상어란 애칭을 갖고 있는 호주 출신의 세계적 골퍼 그레그 노먼의 얘기다.
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3, 4시간 동안 라운딩을 하다보면 그 사람의 인격은 물론 마음의 밑바닥까지 훤히 드러나게 하는 것이 골프다.
또한 골프는 인생살이와 비슷한 마력을 갖고 있다.
세계 최강국을 이끌면서도 세계인들로부터 호오(好惡)의 감정을 사고 있는 미국 대통령. 그들도 골프에 웃고 운 평범한(?) 인간들이었다.
'뉴욕타임스' 돈 반 나타 주니어 기자가 쓴 '백악관에서 그린까지'(정승구 옮김.아카넷)는 미국 대통령들의 골프 스타일을 면밀히 조사해 경쾌한 필치로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백악관의 주인을 중심으로 미국의 정치사를 조망한다.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퓰리처상을 세 차례나 공동수상한 저자는 골프라는 프리즘을 통해 미국의 대통령들, 미국의 정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통령은 모두 14명. 저자는 이들을 네부류로 나눴다.
케네디.아이젠하워.루스벨트 등은 순수파로, 윌슨과 레이건은 최악의 대통령 골퍼로, 클린턴과 닉슨 그리고 존슨 등은 사기꾼 대통령들 입장이란 항목에 각각 포함시켰다.
부시 대통령 부자는 한 항목으로 묶었다
존 F 케네디는 부드럽고 정확한 스윙, 깨끗한 플레이로 대통령 중 '베스트 플레이어'로 꼽혔다.
하지만 부자들의 취미인 골프가 민중의 '챔피언'을 갈망하는 자신의 이미지와 상충된다고 믿어 골프와의 은밀한 관계를 국민에게 숨겼다.
마릴린 먼로와의 관계를 숨긴 것처럼.
아이젠하워의 골프에 대한 집착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백악관에 연습 그린을 만들고 집무실에서 골프화를 신고 다니며 백악관 마루에 수많은 골프화 자국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에서 하야한 리처드 닉슨. 그의 골프와 관련된 비화들을 보면 왜 닉슨이 연구가치가 많은 복잡하고도 비극적인 인물인가를 알 수 있다.
숱한 멀리건 샷의 남발로 '빌리건'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빌 클린턴. 최고 기록이 78타라고 자랑했던 그는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자기 자신도 깜쪽같이 속이고,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끊임없이 자가발전을 이루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그의 퍼스낼리티가 골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부시 부자. 그들은 각각 서로를 구분하는 숫자 '41''43'이 새겨진 모자를 쓰고 라운딩한다.
부시 일가에서는 골프라는 경기를 '속도 골프', '파워 골프'로 부른다.
아버지 부시는 "우리는 잘 치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빨리 치긴 하지"라며 자랑할 정도다.
부자가 대를 이어 이라크와 전쟁을 한 그들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만약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 골프를 치고 골프에 대한 정열을 드러내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잘 치지 말라고 단서조항을 달았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처럼 어설프게 공을 치는 대통령을 원한다는 게 그 이유다.
사족 하나. 골프 매너가 좋은 사람이 미국 대통령으로 뽑히기를 바라고 싶은 요즘이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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