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감사원장 동의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을 접하자 '안타깝다'고만 짤막하게 언급했다.
동의안 부결 직후 삼삼오오 모인 문희상 비서실장과 수석, 비서관들은 구수회의를 가졌고 문 실장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참으로 유감스럽고 매우 안타깝다"며 표결 결과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문 실장은 "이번 동의안은 정치적 이해가 대립된 상황이 아니고 국민적 찬반이 걸린 문제도 아닌데 국회가 적절한 이유나 뚜렷한 명분없이 거부했다"면서 "국회가 이렇게 발목을 잡으면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와대로서는 참여정부 들어 인사동의안이 처음으로 부결된 데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그러나 전날 노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국정브리핑을 통해 직접 국회의 협조와 국민의 이해를 요청하고 나선 것은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의 부정적인 기류를 심각하게 인식한 결과였으며 부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는 점에서 청와대 일각에서 부결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결국 청와대가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이번 동의안 처리가 '다수당의 횡포'나 국회의 '국정발목잡기'라는 모습으로 여론에 투영되길 바라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신4당 체제로의 재편과 사실상 여당이 없는 새로운 정치상황을 맞은 노 대통령으로서는 '거대 야당과 민주당의 공조를 통한 횡포'를 부각시킴으로써 여론을 통해 국회를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동의안 부결을 계기로 노 대통령은 민주당적을 조기에 정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이 동의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등 관계를 악화시킨 만큼 노 대통령으로서도 더 이상 민주당적을 유지할 명분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국감이 끝나는 10월 하순 민주당을 탈당한 후 내년 총선때까지는 무당적 상태로 대국회관계를 설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해 예산안처리와 최대 현안인 이라크 전투병 파병문제, 위도 핵폐기장 건설문제 등의 현안처리를 앞두고 초당적인 협조를 얻지않으면 국정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24일 부산.경남 언론과의 합동인터뷰에서 신당 당적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개혁.민생법안들의 처리를 위해서라도 당분간 당적을 갖지않고 각 당과 정책적 협력관계를 요청하는 미국식 대국회관계를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결과는 민주당의 분당에 따른 '신4당체제'하의 국회기류를 청와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 실장이 이날 3당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노 대통령의 '코드인사'에 대한 설득작업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임인사에서 이같은 점을 어떻게 반영시킬지 여부가 주목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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