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릉도 소방공무원 정경중씨

'울릉도 산(山) 사나이' 하면 지역에서는 누구나 전경중(43.울릉소방파출소 소방교)씨를 꼽는다.

한반도 등줄기인 백두대간을 비롯, 전국 대부분의 유명 산악코스를 완주한 20년 경력의 베테랑 산악인, 전국 산악등반가들에게는 '울릉도 산신령'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산이 좋아 늦게 가정을 이룬 그는 부인 이심순(45)씨를 만나 소방공무원으로 일한지 7년여동안 성인봉(984m)을 중심으로 각종 위험지역에서 발생한 산악.해상 구조활동을 통해 50여명의 인명구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들 부부가 4대째 섬에서 뿌리를 내린 개척민의 후손으로 주민들의 길.흉사에는 어디든지 찾아가 도움을 주는 약방의 감초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119 긴급 구조요청신고보다 전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먼저 찾는다.

"외지에서 들어와 근무하는 직원들보다 현지 지형파악에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것.

울릉도 사람들에겐 수호천사나 다름없는 그는 최근 태풍 '매미'로 해일이 발생해 울릉도 해안도로와 서면 마을 해안경비대 초소근무요원 전경 경비대원 3명이 파도에 실종된 사고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요즘 구조.구난 활동에 필요한 등산로 루트 지도 만들기를 시작했다.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악사고를 대비해 '도로가 붕괴될 경우'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우회 등반코스가 표기된 지도를 만들기 시작한 것. "울릉도를 찾아오는 전국의 산악인들에게는 안전한 등반루트를 제공할 수 있고,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엔 주민이나 관광객을 빠르게 구조해낼 수 있도록 안전사고를 대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전씨는 설명했다.

섬 지역의 각종 산 봉우리와 계곡을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능선길 개발은 수많은 답사를 통해 확인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직접 현장을 일일이 가봐야만 한다.

확인과 기록을 반복해야 하는 일은 만만찮은 작업이다.

전씨는 역시 산악인인 아내와 함께 틈만 나면 울릉도의 산천을 속속들이 찾아다닐 요량이라고 밝혔다.

전씨의 산행 기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1993년도엔 수직벽(90~100˚)으로 형성된 송곳산 (430m.울릉군 북면 추산리) 등반로를 산악인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섬사람으로는 처음으로 등정을 시도했을 당시 수직벽 중턱에서 로프로 몸을 묶어 하루 비박을 하고 1박2일만에 등정을 완료한 후 4차례나 추가 등정에 성공한 것은 대한산악연맹이 공식기록으로 보관하고 있을 정도이다.

최근 태풍 '매미'로 인해 울릉도 섬 일주도로와 집들이 떠내려 가는 태풍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섬 전체가 엉망이 된 것처럼 비춰졌지만 "천혜의 자연 경관은 유실되지 않았다"며 그는 가을 산행을 권한다.

"원시림이 살아숨쉬는 울릉군 북면 나리분지와 전국 최고의 수직 등정코스인 송곳산 풍광을 볼 수 있는 코스는 국내에서 찾아 볼수 없는 유일한 곳 입니다".

"최근 개발한 새로운 등산로 코스 중에는 울릉읍과 북면을 연결하는 내수전(해발 420m.일명 뽈뚜리찌)코스는 누구나 가볍게 산행을 즐길 수 있고, 지난 93년 개발한 추산루트는 암벽등반을 즐기는 산악인들에게는 환상적인 곳으로 외국에 소개할 경우 국제적인 각광을 받을 수 있는 관광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소방공무원보다는 산악인으로 불리워지기를 원한다며 점검과 준비만 잘하면 앞으로 있을 각종 재해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등산로 개발 지도제작은 그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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