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운동장 이승엽 열기

○…이승엽의 아시아 홈런신기록을 염원하는 대구 시민들의 열기는 그야말로 용광로를 능가했다.

28일 대구시민운동장 주변은 경기가 열리기 시작 전부터 수천명의 시민들이 오전 10시부터 몰렸다.

전날 인터넷.폰뱅킹 예매 등을 통해 입장권 대부분이 팔렸고 현장 판매도 낮 12쯤 매진됐지만 시민들은 암표라도 구하겠다며 경기장 앞을 떠나지 않는 분위기였다.

김영식(46.대구 봉덕동)씨는 "역사의 현장을 놓치기 싫어 아침부터 입장권 판매대 앞에서 기다렸는데 표를 구하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 주변엔 암표상들도 모처럼 기지개를 펴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5천원하는 일반석 입장권이 한때는 5만원을 호가했고 어린이입장권 1천원짜리가 1만원에 팔리기도 한 것. 한 시민은 수십장의 입장권을 들고 다니는 암표상들이 활개치자 야구장측이 '서로 짜고 표를 빼돌린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56호 홈런볼을 잡기 위해 지난 23일 광주경기장에서부터 선보였던 잠자리채와 낚시용 뜰채, 대형뜰채 등이 대구경기장에서도 여기저기 선보였다.

특히 대구구장 외야석은 홈런볼을 기대하는 많은 시민들이 경기 시작전부터 일찌감치 자리잡는 열성팬들로 그 분위기가 뜨거웠다.

최건준(28.대구시)씨는 "잉어 잡을 때 쓰는 뜰채를 가져왔다"며 "이승엽 선수가 홈런만 치면 잽싸게 낚아챌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시민들은 대형 쌀포대, 비닐봉지 등을 이용해 자체 제작한 뜰채를 들고 연신 공잡는 연습을 하기도 해 다른 시민들의 박수를 얻기도 했다.

한편 이승엽 특수를 기대해 잠자리채 등을 대량 공수한 노점상들은 예상외로 안 팔린다며 울상을 짓기도. 한 상인은 "광주.부산 등지에선 가격을 1만원 이상 불러도 잘 팔렸다는데 대구는 시민들이 대부분 직접 들고와 판매가 부진하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시민 상당수가 승용차를 몰고 와 오전부터 이 일대 교통혼잡이 발생했다.

대구 북북경찰서 교통지도계 한 경찰관은 "차량통제가 잘 안돼 애를 먹었다"며 "어쨌든 이 경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가 무척 높은 것으로 보이며 지난 U대회때 북한응원단에 대한 관심보다 오늘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낮경기로 열리다보니 점심거리를 인근 식당 등에서 배달시켜 먹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피자와 치킨 판매점 배달차들은 수십개 음식을 한꺼번에 공수해 시민들에게 날라주느라 분주했다.

○…이승엽의 홈런볼이 장외로 넘어갈 것을 대비해 일부 시민들은 경기장 외야 장외에서 자리를 잡고 홈런볼을 기다리기도 했다.

특히 1루 외야쪽 장외에는 100명 정도의 시민들이 둘러앉아 '어느 지점이 제일 좋은 자리이냐'면서 서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인섭(37.대구 침산동)씨는 "이승엽 선수가 대구구장에서 장외로 홈런을 치는 경우가 꽤 있어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홈런볼을 줍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이들 중에는 장애인 학생들로 구성된 '제1기 굴렁쇠학교' 학생들과 교사 60여명도 함께 했다.

인솔자 이세영(24.여.남양학교 교사)씨는 "전교조에서 문화학교 프로그램 운영으로 학생들에게 야구경기를 관람시키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때 3회말 2사후 삼성의 박한이 선수 타석때 외야에서 갑자기 폭죽이 터져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 폭죽은 이승엽 선수가 아시아신기록 홈런을 기록할 경우 축하 폭죽으로 준비된 것이었으나 관계자의 조작실수로 일부가 잘못 터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경기가 열렸던 부산경기에서 이승엽 선수를 경기후반쯤 롯데에서 고의사구로 걸러 일부 관중들이 소동을 벌여 경기가 1시간30분동안 중단된 일이 발생했던 점을 고려, 이날 대구구장 외야에는 경찰병력 수백명이 대기하며 불상사를 막기 위해 배치됐으며 경기장 입장시에도 소지품 검색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이승엽 선수가 마지막 타석에서 4구로 1루에 걸어나가자 외야석 일부 관중들이 경기장 안으로 물병과 오물 등을 던져 경기가 잠시 중단됐으나 대다수 관중들은 차분한 모습 속에 끝까지 경기를 관람, 성숙한 관중의식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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